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단 1%의 가능성만 있다면 그 가능성을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안와골절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던 지난달 9일(한국시각) 개인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썼다. 월드컵 출전 의지를 밝힌 이 말은 이번 대회 ‘팀 코리아’의 정신을 그대로 담고 있다. 미국 데이터 업체 ‘그레이스노트’가 예측했던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1%. 1% 가능성도 붙잡으려 했던 선수들은 3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전에서 이 수치를 100%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검은색 마스크는 투혼의 상징이다. 손흥민은 월드컵 개막 3주를 앞두고 얼굴뼈를 다쳤다. 최소 8주는 쉬어야 한다는 진단. 하지만 ‘캡틴’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며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그라운드에 섰다. 1·2차전 부진한 모습에 교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는 결국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시간 폭발적인 질주를 통해 완벽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카잔의 기적’을 일구고도 눈물 흘렸던 그가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한국 황희찬과 손흥민이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합작한 뒤 포옹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알라이얀의 기적’을 완성한 황희찬 역시 이번 대회 부상으로 신음했다. 황희찬은 지난달 초 왼쪽 햄스트링을 다쳤고 1·2차전을 결장했다. 가나전 패배 뒤 눈물을 쏟았던 황희찬은 이날 후반 교체 투입돼 손흥민이 건네준 패스를 깔끔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경기 뒤 “브라질을 상대한다고 해서 그냥 즐기는 데에만 의의를 두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기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신성’ 조규성(전북)의 깜짝 활약도 눈부셨다. 조규성은 11월28일 가나전에서 후반전 2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비진 높이가 강점인 가나를 상대로 뽑아낸 ‘헤더 멀티골’이었다. 한국은 덕분에 다득점에서 총 4골을 기록하며 2골을 기록한 우루과이를 눌렀다. 한국과 우루과이가 승점(4점)과 득실차(0골)까지 모두 같아 다득점까지 다투는 치열한 경쟁을 펼쳤기에, 더욱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조규성은 포르투갈전 뒤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며 브라질전 득점포 가동을 예고했다.
한국 김영권이 3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뽑은 뒤 세리머니(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공격수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진 못했지만, 김영권(울산)이 보여준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러시아월드컵 때 독일전 선제골을 뽑으며 ‘카잔의 기적’ 시발점이 됐던 김영권은 이번 포르투갈전 때도 동점골을 뽑으며 선봉장 노릇을 했다. 특히 이번이 세번째 월드컵인 김영권은 김민재(나폴리)가 빠진 수비진 중심을 잡으며 실점 이후에도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리더 구실을 톡톡히 해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역사를 만든 선수들은 이제 6일 새벽 4시 카타르 도하 974 경기장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다시 한번 기적에 도전한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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