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겨울올림픽] 수단 난민에 포상금 전액 기증
“올림픽 금메달은 최고의 축복이며, 이에 대한 나의 감사 표시는 남을 돕는 것이다.”
‘얼음판의 가장 빠른 총알’로 등장한 남자 500m 스피드스케이팅 우승자 조이 칙(26·1m83·미국)이 미국올림픽위원회가 주는 포상금 2만5천달러(약 2400만원)를 아프리카 수단 다르푸르 어린이 난민을 위해 모두 기증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칙은 14일(한국시각)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수단 다르푸르에는 집을 잃은 어린이 6만여명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 지역에 자선캠프를 운영 중인 운동선수들의 자선단체 ‘라이트 투 플레이’(Right to Play)를 통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대학에 진학할 예정인 칙은 조만간 수단지역의 치안 등이 안정되면 현장을 방문해 어린이들의 건강증진과 운동지도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하버드대로부터 입학을 거절당한 그는 “아마 학교 관계자들이 내가 10년 동안 운동하느라 학교를 떠났기 때문에 읽고 쓸 줄 모를까 걱정했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 뒤 원서를 낸 스탠퍼드, 엔와이유(NYU), 유엔시(UNC), 듀크 중에서 공부할 학교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자신의 고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
1년 내내 실외에선 얼음이라곤 구경할 수 없는 따뜻한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 출신인 칙이 스케이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어릴 적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부터다. 그리고 재미삼아 출전한 2000년 미국스프린트 대표선발전에서 운좋게 뽑힌 뒤 출전한 세계스프린트대회에서 18위에 오르며 국가대표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1000m 동메달 수상자이기도 한 칙은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빙상 3관왕인 노르웨이의 빙상스타 요한 울라브 코스가 당시 포상금 3만달러를 자선기금으로 내놓고 은퇴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며 “며칠전 그를 만났는데, 나도 그런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타를 즐기고, 동료 스케이팅 선수들과 영화만들기를 좋아하며, 피브이시(PVC) 파이프로 만든 총으로 감자를 300야드씩이나 날려보내는 ‘착하고 천진난만한’ 이 청년은 1000m와 1500m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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