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훈련시간 전쟁’ 승리
이치상(63·사진) 대한빙상연맹 행정부회장은 제20회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단의 ‘숨은 공신’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경기 전날에도 빙상훈련을 걸러야 했다. 쇼트트랙 선수단은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달 2일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토리노 북동쪽 아오시타에 훈련캠프를 차린 선수단은 8일 토리노에 입성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튿날 대회조직위원회가 배정한 쇼트트랙 훈련일정표를 확인한 선수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국팀의 훈련시간은 15일간 15시간에 불과했다. 중국·캐나다 등 한국의 ‘맞수’들은 경기 전날 훈련이 잡혀 있었다. 총 훈련시간도 개최국 이탈리아는 18시간, 미국은 19시간으로 한국보다 많았다.
곧바로 조직위원회를 찾아간 그는 서툰 영어로 빙상담당 책임자와 1시간이나 끈질기게 실랑이를 벌였다. 처음엔 난색을 표하던 책임자는 “회의 뒤 오후에 답을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3시간을 추가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은 만족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서 조직위가 작성한 훈련일정표를 펴놓고 불합리한 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 부회장의 논리적인 설명에 빙상담당 책임자도 더는 반박할 수 없었다. 이렇게 확보한 훈련시간이 29차례 35시간으로 늘어났다.
이 부회장은 “조직위 관계자들과 1년 전부터 친분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며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줘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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