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판정으로 아쉽게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뺏긴 여자 쇼트트랙 대표 변천사(19.신목고)가 독기를 품었다.
변천사는 지난 19일(한국시간) 오전 펼쳐졌던 2006토리노동게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결승에서 진선유(18.광문고)와 최은경(22.한국체대)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심판들은 모여서 무언가 논의를 벌였고, 이윽고 전광판에 있던 변천사의 이름 옆에 실격을 의미하는 'DQ'가 찍히고 말았다.
덕분에 변천사에 추월당해 4위를 기록한 중국의 왕멍에게 동메달이 돌아갔다.
변천사의 실격은 선수 본인은 물론 코칭스태프 역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송재근 감독도 "아마도 5-6바퀴를 남기고 변천사가 왕멍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심판들이 임페딩(밀치기) 반칙을 준 것 같은데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송 감독은 특히 "경기가 끝나고 변천사의 실격판정에 대한 항의서를 제출했는 데 돌아온 답변은 고작 '규정상 이미 내린 판정은 변경될 수 없다'라는 내용 뿐"이라며 "어디서 어떻게 임페딩 반칙이 벌어졌는 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 "한국이 1,2,3위를 모두 차지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변천사도 심하게 속이 상해 선수촌으로 돌아간 뒤 며칠동안 제대로 잠을 못 이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귀띔이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와 동료선수들은 변천사의 기를 살려주려고 노력했고, 변탁 선수단장도 20일 오전 변천사를 따로 불러 "용기를 잃지 말고 다음 경기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개인 사비를 털어 격려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속이 상한 채 훈련할 수는 없는 일. 변천사는 오는 23일 예정된 여자 3,000m 계주 결승전과 여자 1,000m 예선을 준비하면서 응어리진 속을 풀고 본격적인 훈련을 치르고 있다.
송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변천사가 많이 속상해 했는데 지금은 많이 풀렸다"며 "이제 정상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위해 독기를 품은 것 같다"고 밝혔다.
(토리노=연합뉴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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