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선유(143)와 변천사(우)가 22일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AP=연합뉴스)
“집에 가져갈 메달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천사가 활짝 웃었다. 어깨에 ‘금빛 날개’를 달고서….
변천사(19·신목고)는 지난 19일 여자 1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놓친 뒤 펑펑 울었다. 하지만 나흘 뒤인 23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짝 피어났다. 변천사는 23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두차례나 선두를 탈환하며 한국이 금메달을 따내는 결정적인 수훈갑이 됐다.
변천사는 지난 나흘이 악몽같았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품에 들어온 동메달을 날린 뒤 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그는 “나보다 부모님과 주변에서 많이 도와 준 분들이 더 마음 아파 하실 것을 생각하니 그게 더 속상했다”고 말했다. 변천사는 그날 경기를 마친 뒤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되레 어머니를 위로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혼자 펑펑 울었다.
변천사는 1500m 결승 실격판정에 대해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의 왕멍 선수를 추월할 때 완벽하게 빠져나갔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비디오를 보니 왕멍 선수가 (반칙을 당했다는) 액션을 취해 어리둥절했다”고 억울해 했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차피 지난 일 빨리 잊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000m 계주를 위해 마음을 추스리고 훈련에 집중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변천사는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나중에 숙소에 도착한,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1년 후배 진선유(18·광문고)에게 축하를 건네는 의젓함도 보였다.
변천사는 22일 발표된 1000m 엔트리에서도 선배 최은경(22·한국체대)에게 밀려 출전이 좌절되는 이중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1500m보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1000m 명단에서 제외돼 아쉬웠다”며 “하지만 은경 언니가 더 잘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해했다.
이제 토리노에서 변천사가 뛸 수 있는 종목은 3000m 계주밖에 없었다. 그는 “3000m 계주마저 망치면 집에 가져갈 메달이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더 떨렸지만 그럴수록 침착해야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마침내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오뚝이처럼 일어선 변천사는 “얼음판에서 쓰러져도 좋다는 각오로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며 “동메달을 놓친 뒤 부모님과 주변 분들에게 미안했는 데 보답하게 돼 기쁘다”고 웃음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모든 경기를 마친 변천사는 “일단 하루 이틀 푹 쉬고 싶다. 한국에 가면 친구들과 만나 실컷 놀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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