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쇼트트랙 팀이 22일 2006 토리노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뒤 캐나다 팀(은메달), 이탈리아팀(동메달)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AP=연합뉴스).
‘금빛 역전 드라마’ 뒤에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있었다.
23일 토리노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 여자대표팀 박세우(34) 코치는 경기가 끝난 뒤 상대의 허를 찌른 ‘변칙 작전’을 공개했다.
박 코치는 레이스 순번을 변칙적으로 짰다. 원래 쇼트트랙 계주에서 1·2번에 에이스를 배치하고 4번에 가장 약한 선수를 넣는다. 그런데 박 코치는 ‘2인자’ 변천사를 4번 주자로 내세워 상대의 허를 찔렀다. 변천사를 ‘조커’로 내세워 다른 팀 4번 주자들을 공략하도록 한 것. 이 작전은 변천사가 중국과 캐나다 4번 주자를 두 차례나 추월해 금메달의 밑돌을 놓으며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변천사의 ‘힘’은 최은경한테서 나왔다. 최은경은 한국팀 가운데 가장 힘이 좋은 선수. 박 코치는 “최은경을 3번 주자에 배치해 변천사를 힘껏 밀도록 했고, 가속이 붙은 변천사가 중국과 캐나다 선수를 젖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다혜를 1번 주자로 내세운 것도 성공작이었다. 전다혜는 스타트가 좋아 박 코치가 일찌감치 1번으로 점찍어놓은 선수. 그러나 왼쪽 발목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계주 예선에서도 전다혜 대신 강윤미가 뛰었다. 박 코치는 “전다혜는 결승에 대비해 몸을 만들었다”며 “경험많은 전다혜가 첫 스타트에서 잘 넘어져 재출발의 기회도 얻었다”고 흐뭇해 했다.
에이스 진선유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2번 주자로 내세웠다. 진선유는 레이스 도중 상대의 집중 견제로 추월을 허용하는 등 흔들렸다. 그러나 마지막 바퀴에서 호쾌한 질주로 상대를 압도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박 코치는 또 팔라벨라 빙상장의 빙질을 예리하게 파악했다. 결승에 앞서 열린 5~8위전에서 얼음이 물러 속도가 나지 않는 것을 간파하고, 레이스 초반 ‘맞수’ 중국을 뒤에서 따라가도록 지시했다. 이 작전은 저항을 줄이고 체력을 아낀 한국이 역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박 코치는 “호흡이 중요한 만큼 경기 전에 서로 대화를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면서 “4~5바퀴 남기고 변천사가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며 기뻐했다. 토리노/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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