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왼쪽)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AFP 연합뉴스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신의 손에 의해서 약간, 나머지는 내 머리로 득점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는 잉글랜드전 승리 뒤 이렇게 말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6분, 키가 167㎝에 불과한 마라도나는 상대 골키퍼 피터 실턴과 일대일 공중볼로 맞붙었고, 머리 대신 왼손으로 공을 건드려 선취골을 기록했다. ‘신의 손’을 빌린 마라도나는 조국에 월드컵 우승을 안겼다. 이 대회 우승으로 마라도나는 적어도 축구판에서 ‘인간계’를 넘어 ‘신계’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우스꽝스러울지 몰라도, 실제 마라도나를 ‘축구의 신’으로 섬기는 종교 ‘마라도나교’가 실재하고 전세계 신자가 50만명에 이른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월드컵 우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에서 최종 승자가 된다는 의미를 넘는다. 위대한 축구 선수로서 정점에 이르는 일이자 ‘전설들’ 가운데 역대 최고를 일컫는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를 경력 맨 앞에 새기는 일이다.
19일 0시(한국시각)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스물두번째 월드컵 우승국을 가린다. 두 팀은 현재 피파 순위에서 3, 4위를 달릴 만큼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을 나란히 무패 행진(아르헨티나 11승6무, 프랑스 5승3무)으로 통과했고, 본선 6경기에서도 똑같이 1패(아르헨티나 4승1무1패, 프랑스 5승1패)만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다.
대표팀 유니폼에 월드컵 우승 횟수를 보여주는 ‘별’도 두개씩 박혀 있다. 다만 아르헨티나는 1978년·1986년 대회 이후 36년째 우승이 없다. 반면 프랑스는 1998년 첫 우승에 이어 직전 러시아 대회에서 피파컵을 들어올렸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다. 메시는 개인 통산 1002경기에서 791골, 347도움이란 믿기 어려운 기록을 갖고 있다. 스페인 1부 라리가에서 에프시(FC) 바르셀로나를 이끌고 리그 우승 10회,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비롯해 78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상 ‘발롱도르’ 7회 수상 등 개인 타이틀만 41개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08년 올림픽 금메달, 코파 아메리카 우승 경력이 있다. 트로피 장식장에서 유일하게 빠진 게 ‘피파컵’이다. 우승까지 딱 한 걸음. 메시는 최근 인터뷰에서 “월드컵에서의 내 여정을 결승전에서 마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이렇게 (월드컵을) 끝내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디펜딩챔피언 프랑스를 이끄는 건 새 대관식을 준비하는 ‘젊은 축구 황제’ 킬리안 음바페(24)다. 현재 몸값 추정액만 1조5천억원에 이를 만큼 현역 최고 선수의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1부 리그 파리생제르맹(PSG) 소속으로 리그 우승 5회, 득점왕 4회에 올랐다. 약관에 불과했던 지난 러시아 대회 때 맹활약을 펼치며 이미 피파컵을 거머쥔 바 있다. 이때 월드컵 영플레이어상도 받았다. 현재 24살에 불과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 벌써 65경기 33골을 넣었다. ‘차세대 축구 황제’ 자리를 물려받기에 더는 어린 나이도 아니다. 축구의 신은 이들 가운데 누구 손을 들어줄까?
준결승까지 빛나는 도전 정신을 보여줬던 모로코와 크로아티아의 3~4위 결정전은 18일 0시에 열린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