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18일 일본 히로시마의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 2차전 중국과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일본핸드볼협회 제공
“일본전은 지금까지 했던 경기와 전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디테일에서 경기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본다.”(헨리크 시그넬 한국 대표팀 감독)
돌고 돌아 다시 ‘한일전’이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2024 파리올림픽 본선 티켓을 두고 아시아 5개국과 예선을 치르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23일 마지막 길목에서 일본과 만난다. 풀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예선에서는 1위 팀에만 올림픽 본선 직행 자격이 주어진다. 2위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진출권을 다퉈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인도·
중국·
카자흐스탄에 3승을 거뒀다.
그간 누적된 숫자를 보면 시그넬 감독의 비장한 각오가 지나쳐 보일 수도 있다. 한국은 남녀 핸드볼 역사상 최다인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이룬 데 반해, 일본은 2021년 도쿄 대회와 1976년 몬트리올 대회만 출전했다. 역대 전적만 봐도 40승1무5패로 한국이 압도한다. 마지막 패배는 13년 전인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4강전(28-29). 오랜 세월, 한국은 일본에 아득한 벽이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강경민이 17일 일본 히로시마의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전 인도와 1차전에서 7m 던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본핸드볼협회 제공
다만, 시간대를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 최근 승리인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 한국은 전반을 6점 뒤진 채 마쳤고,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역전 우승을 거뒀다. 이날만 19득점을 퍼부은 류은희(헝가리 교리)의 맹활약이 없었다면 트로피 주인이 바뀌었을 경기다. 일본은 이번 예선 세 경기에서도 골 득실에서 한국을 3골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추세 탓인지 두 팀 사이 긴장감은 팽팽하다. 대한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일본 핸드볼 관계자 사이에서 이번이 한국을 잡을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 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센터백 아이자와 나츠키(호코쿠 은행)를 비롯해 오카다 아야메(가가와 은행), 이시카와 소라(오사카체육대) 등 8명 선수가 이번 예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신은주가 18일 일본 히로시마의 마에다 하우징 동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예선 2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슛하고 있다. 일본핸드볼협회 제공
한국 역시 만전을 기해 왔다. 시그넬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마다 “중요한 것은 일본전”이라고 반복해 말했다. 지난 4월 약 8개월간 팀을 이끌었던 킴 라스무센(덴마크) 감독이 경질되고 후임으로 온 그는 이번 올림픽 예선이 국제대회 데뷔전이다. 아울러 일본전은 다음 달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의 전초전 성격도 갖는다. 많은 것이 걸려 있는 한 판이다.
선수들도 의욕적이다. 레프트윙 신은주(인천시청)가 세 경기 16득점으로 쾌조의 득점력을 뽐내고 있고, 직전 시즌 코리아핸드볼리그 득점왕 강경민이 14득점, 송혜수(이상 광주도시공사)가 13득점을 냈다. 3차전 카자흐스탄전부터 출전해 8득점을 올린 에이스 류은희도 선발 출격이 예상된다. 카자흐스탄전 수훈선수에 뽑힌 송혜수는 “우리 플레이를 하면 된다.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히로시마/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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