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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감독님 여전히 멋지죠

등록 2006-11-14 18:24수정 2006-11-14 21:37

코트의 귀공자들이 다 모였다. 최천식(가운데) 인하대 배구 감독(가운데)이 14일 안산 감골시민홀에서 열린 대학배구 최강전에서 한양대를 3-1로 꺾고 시즌 5관왕을 이룬 뒤 선수들과 행복하게 웃고 있다.
코트의 귀공자들이 다 모였다. 최천식(가운데) 인하대 배구 감독(가운데)이 14일 안산 감골시민홀에서 열린 대학배구 최강전에서 한양대를 3-1로 꺾고 시즌 5관왕을 이룬 뒤 선수들과 행복하게 웃고 있다.
대학배구 평정한 최천식 감독

‘코트의 귀공자’는 이제 아들(3)과 딸(1)을 둔 아빠가 됐다. 42살이라는데, 여전히 외모가 수려해서인지 “정말이요?”라고 되묻고야 말았다. “제 친구들은 귀공자라는 말을 들으면 웃어요. 차갑게 보인다는 분들도 많은데, 평소 말도 많고 사실 푼수같은 면도 있거든요.”

그의 일정을 꿰뚫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오는 일본팬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선수시절. ‘원조 한류’ 격이었던 그때를 묻자, 쑥스럽다며 얼굴까지 붉힌다. “실력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부담이 컸어요.” 선수들에게 최신 유행어도 곧잘 쓴다는 그는 “훈련이 끝나면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고 확 풀어준다”고 했다. 열심히 한 선수에게 운동화 등 선물도 건넨다. 그러나 최천식, 이 부드러운 남자. 훈련이 시작되면 눈빛이 매서워진다.

“실수하면 아무 말도 안합니다. 하지만 정신이 다른 데 가 있으면 무섭게 혼을 내죠. 훈련 때 몸을 던져 공을 걷어내지 못하면 실전에서도 못합니다. 힘들지 않으면 훈련이 아니죠.” 그는 “배구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한명이 잘못하면 단체기합을 준다.

모교 인하대 감독 부임 1년7개월째. 초짜 감독의 ‘대형사고’로 대학배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천식 감독은 올해 봄철대회, 가을대회, 전국체육대회, 종합선수권에서 잇따라 우승을 일궈내더니, 14일 경기도 안산 감골시민홀에서 열린 대학배구 최강전에서도 한양대를 3-1로 누르고 우승해 올시즌 대학배구를 평정했다. 한 시즌 5관왕은 인하대 배구단 창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인하대, 대학최강전 우승 5관왕 달성
항공사 직원·체육교사 거쳐 모교 부임

지난해 4월까지 그는 인하부중 2학년5반 담임선생님이었다. 36살까지 선수생활을 한 뒤 김포공항에서 여행객 짐을 부쳐주고 출국수속을 처리하는 일을 보다, 2004년 말 체육선생님이 됐다. 그러다 인하대에서 감독직을 제의해왔다. 그가 떠난다고 하니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제가 오기 직전 인하대가 준우승만 네번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부담이 컸습니다.”

감독이 된 지 2주 만에 나간 대회에서 1승2패로 예선 탈락했다. 그는 호된 신고식에 대해 “선수들이 감독을 믿지 못해서…”라고 떠올렸다. 그는 태릉선수촌에서 체력단련 프로그램을 20년 이상 관리한 전문가를 통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도입했고, 또다른 전문가에게 과학적인 달리기 훈련방법을 자문했다. “하루는 웨이트, 하루는 런닝훈련 등을 번갈아했죠.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 덕분에 선수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됐습니다.”

최 감독은 라이벌인 경기대보다 평균신장이 5㎝나 작은 선수들에게 서브 리시브 등 기본기를 강조했다. 선수특성에 맞춰 포지션 변화도 꾀했다. “키는 작지만 조직력이 좋은 게 우리팀의 강점입니다. 리시브 등 기본기가 안정되다보니 한박자 빠른 공격을 할 수 있죠.” 선수들은 투사가 됐다. 지난 가을철대회 때 강호 경기대에 0-2로 지다 3-2로 역전해 우승컵을 안았다. 그때 무너졌다면 전관왕의 영예도 없었다. “올해 선수들에게 5관왕이 목표라고 얘기했어요. 말을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세번만 우승해도 좋겠다고 했죠. 이렇게 잘해줄지 몰랐어요.”


슬슬 궁금해지는 것 한가지. 귀공자의 마음을 훔친 여인은 누구일까. “초등학생 볼보이와 결혼했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 “인하대 입학할 즈음 부산에 훈련하러 갔는데, 그때 초등학생 배구선수들이 볼보이를 해줬어요. 아내도 그 중 한명이었죠. 5년 전 아내가 연락을 해오면서 사귀게 됐는데 우리가 처음 만났던 얘기를 하더군요.”

아내와의 인연을 말한 김에 그는 아들 자랑을 꺼냈다. “세살인데 키가 1m가 넘어요. 크죠? 나중에 배구 선수를 시킬겁니다. 제가 센터였는데 그놈은 세터로 키우려고요. 키가 큰 세터가 우리나라에 필요하잖아요?” 안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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