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 표명일(32)과 강대협(30)
표명일, 9년 만에 주전…강대협, 7년간 6팀 전전
“약속의 땅 동부에서 챔프반지 끼어보는게 소원”
“약속의 땅 동부에서 챔프반지 끼어보는게 소원”
36.5˚C 데이트 / 프로농구 동부 선두 이끄는 ‘철벽 가드진’ 표명일·강대협
프로농구 원주 동부 표명일(32)과 강대협(30)은 항상 웃는 낯이다. 좀처럼 찡그리는 법이 없다. 과거 ‘스마일 슈터’ 김훈(은퇴)을 보는 것 같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처럼 이들이 가져온 미소 덕분인지 동부는 이번 시즌 선두를 고공 질주하고 있다. 그냥 1위가 아니다. 역대 최단경기(12경기) 전구단 상대 승리를 달성했고 최단기간 20승 정복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전창진 감독은 시즌 전 “가드진이 약해 고민”이라고 했다. 김주성이 버틴 골밑은 든든한데 가드는 ‘만년 식스맨’ 표명일과 강대협이 맡아야 했기 때문. 하지만 두 선수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전 감독의 고민을 말끔히 씻어냈다. 표명일은 경기당 평균 4.2도움주기(9위), 13.1득점에 2.4개의 3점슛(9위)을 터뜨렸고, 강대협도 평균 11.1점, 3점슛 1.9개(11위)를 꽂아넣었다.
하지만 두 선수의 웃음 뒤엔 짙은 아픔이 배어 있다. 포인트가드 표명일은 프로 10년 중 9년을 후보로 보냈다. 1998년 기아에 입단했지만 강동희의 벽에 막혔다. 군에 가면 낫겠다 싶어 상무에 입단했지만 거기선 아예 벤치 신세였다. 2002년 KCC로 트레이드됐지만 그곳엔 이상민이 버티고 있었다. “진작 그만 두고 싶었죠. 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제가 결혼을 일찍했거든요. 책임감 때문에….”
강대협은 “제 미소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설움도 많이 당했다. 2000년 현대(현 KCC) 유니폼을 입고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 7시즌 동안 6팀을 전전했다. 그는 “이팀 저팀 팔려다녔다”고 표현했다. “처음엔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다섯번 옮기고 나서는 ‘이젠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죠.”
강대협과 표명일에게 원주는 ‘약속의 땅’이다. 강대협은 지난 시즌 동부에 온 뒤 양경민이 빠진 자리를 차고 들어가 기량발전상을 거머쥐었다. 표명일도 시즌중 동부로 트레이드돼 프로 입문 9년 만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강대협은 2년 전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늘 농구장 비상문 앞에서 몰래 경기를 지켜보셨어요. 아버지 돌아가신 뒤 제 농구인생이 풀리는 걸 보면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경기 시작 전에 늘 아버지를 향해 기도한다. 표명일은 ‘가족의 힘’ 덕분이라고 했다. 한달에 기껏해야 한두번 집에 가는 그는 “아내에게 늘 미안할 뿐”이라고 했다. 두 선수의 소망은 소박할 정도다. “동부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이번 시즌 주전으로서 챔피언 반지 한번 끼어보고 싶다”고 했다.
원주/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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