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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백종섭 ‘깍두기가 날 살렸네’

등록 2008-08-19 20:51수정 2008-08-19 23:14

백종섭(28·충남체육회)
백종섭(28·충남체육회)
체한줄 알았더니 기관지 파열
8강전 눈물의 기권·메달 무산
백종섭 선수 아내 전화 인터뷰
“그래도 나에겐 남편이 최고였고,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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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전 다음날 아침. 가슴이 답답했다. 왜 그러지, 체한 건가? 깍두기를 먹었다. 깍두기가 ‘식도’를 막으면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깍두기는 ‘미안하지만 메달을 포기해야 해’라는 걸 알리는 비보였고,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라는 걸 알려주는 고마운 신호였다.

대표팀 주치의 박진영 박사는 “정말 안타깝지만 그래도 생명을 구했다”고 했다. “깍두기가 목에 걸린다고 해서 검사를 했습니다. 16강 경기 도중 목을 맞아 숨구멍인 기관지가 찢어졌던 겁니다. 기관지를 타고 내려가야할 공기가 찢어진 구멍으로 나와 식도를 짓눌렀던 거죠. 지금 목과 심장 위쪽에 공기가 차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병원 의사와 국내 흉부외과 교수님들과 상의했습니다. 논문으로도 흔하지 않는 병입니다. 선수 생명을 위해선 경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 (중국 육상) 류샹은 다리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지만, 이건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냥 체한 것으로 여겨 꾹 참고 8강전을 치렀다면, 생명에 큰 지장을 줬을 것이란 얘기다. 천인호 감독은 “선수가 링에서 죽겠다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했지만, 생명과 관련돼 있어 결국 받아들였다”고 했다.

백종섭(28·충남체육회·사진)은 태권도 선수였던 충남체고 동기 차문이씨와 가정을 이뤘다. 그는 “동메달이라도 따 4살 딸 민주에게 전해주고, 정식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며 올림픽에 왔다. 복싱대표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백종섭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여겼고, 늦어진 군입대도 잠시 미룬 상태였다. 백종섭은 19일 흐라칙 자바크얀(아르메니아)를 상대로 큰 대회에서 한번도 넘지 못한 8강의 벽을 두드릴 예정이었다. 백중섭은 16강전에서 이미 이 체급의 강자인 피차이 사요타(태국)를 10-4로 눌러 메달전망을 밝혔으나, 바로 그 경기에서 기관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고 만 것이다. 감독은 8강전 12시간여를 앞두고 백종섭이 경기에 뛸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박진영 박사는 “일단 파열된 부위가 아물도록 2주간 절대안정을 취해야 하고, 1주일은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아내 차민이씨는 전화통화에서 “안타깝지만, 하나님의 뜻인 것 같아요. 그래도 나에겐 남편이 최고였고,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백종섭이 그토록 딸과 아내에게 주고싶었던 메달은 놓쳤으나, 그 딸과 아내와 같이 살 생명은 지켜낸 것이다.

글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AP연합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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