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뚫고 베이징에 온 선수들
자키아 나사르는 베이징에 온 4명의 팔레스타인 선수 가운데 한명이다. 나사르는 여자 자유형 50m 예선에서 31초97로 조1위를 기록했지만 준결승에는 나가지 못했다. 24∼25초대의 세계 수준과는 한참 멀었다.
결과는 당연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에서 훈련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그가 집 근처에 있는 올림픽 규격의 이스라엘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12m 길이의 수영장에서 코치도 없이 훈련해야 했다. 하지만 나사르는 경기 뒤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 여기 있는 것 자체로도 좋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평화의 제전’ 올림픽에는 메달보다 빛나는 선수들이 있다. 스포츠에서 올림픽 메달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만, 전쟁의 포화를 뚫고 베이징에 온 선수들은 참가 자체가 메달보다 소중했다. 고국의 국민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가슴에는 전쟁의 고통 속에 있는 가족,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끝에 힘겹게 베이징에 온 이라크 선수단도 마찬가지다. 이라크의 육상 선수 다나 후세인은 바그다드에서 뛸 때 한번은 저격을 당할 뻔한 적도 있다. 이라크 코치는 민병들에게 뇌물을 준 뒤에야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이라크 선수들은 도로의 장애물과 폭발로 인해 훈련이 연기되는 것에 익숙했다. 조정선수인 하이다르 노자드는 “여기에서 우리는 안전하다. 그래서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 러시아와 전쟁이 터졌던 그루지야의 선수들도 올림픽 기간 내내 불안에 떨었다. 그루지야의 허들 선수 다비드 일라리아니는 “매일밤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하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여자 육상 100m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의 로비나 무키미아도 세계인들 앞에서 이슬람 전통의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뛰는 것을 고국에 보여줄 수 없었다. 그가 출전하던 날,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는 반군의 공격이 경고됐다. 전쟁으로 부족한 전기탓에 올림픽에 출전한 그의 모습은 다른 나라 국민들만이 볼 수 있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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