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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핸드볼 서른여섯 동갑내기, 4강 이끌다

등록 2008-08-19 22:36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19일 저녁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홈팀 중국과 8강전을 앞둔 한국 여자핸드볼대표팀은 걱정이 있었다.

한 수 아래인 중국과 만나게 됐기 때문에 준결승 진출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에 홈 텃세도 슬쩍 우려됐다.

하지만 이는 헛걱정이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대표팀 최고참인 서른여섯 동갑내기 오영란(벽산건설)과 오성옥(히포방크)이 노련함으로 펄펄 날며 중국을 밀어내고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수문장 오영란이 지키는 골문은 거의 빈틈이 없었다.

오영란의 선방은 무려 19개나 됐다. 중국이 던진 39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 막아낸 것이다. 동료들은 힘을 얻어 상대 골문을 무차별 폭격했고 중국은 결정적인 슈팅 기회가 잇따라 무산되자 분위기를 잃고 주저앉았다.

오영란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렇게 강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만만하게 보이면 계속 덤비게 마련"이라며 "그런 마음 상태에서 비디오 분석 등 준비를 많이 한 결과 많이 막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1개월 된 딸 서희를 시댁에 맡기고 올림픽 무대에 선 그는 "전화를 해도 엄마가 멀리 있는 것을 아는지 내 목소리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에 있을 때도 얼굴을 많이 못 보는데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미안하다. 꼭 금메달을 따서 우리 딸에게 선물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성옥도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했다. 3-2-1 수비의 맨 앞에서 상대 공격수들의 패스 플레이를 무디게 했고 공격에서는 위기의 순간마다 한방씩 터트리며 수훈갑이 됐다.


전반 8분 3-2로 앞선 상황에서 외곽 제자리 슈팅을 네트에 꽂으며 6-2로 크게 달아나는 발판을 만들었고, 후반 10분 18-16, 2점 차로 쫓기자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득점포를 터트려 한국이 23-16으로 훌쩍 달아나는 계기를 이끌었다.

오성옥은 "같은 아시아 팀이었고 많이 경기를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21일 오후 노르웨이와 준결승도 반드시 승리해 결승에 진출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오영란은 "노르웨이에 많이 져 온 것이 사실이다. 작년 말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크게 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당시 패배를 설욕한다는 각오로 왔다. 결승에서 붙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4강에서 만나게 됐다. 준비를 많이 한 만큼 멋진 모습으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성옥도 "노르웨이가 우승 후보이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했다. 자신감을 갖고 결코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훈련한 만큼만 해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노르웨이에 1990년대 초반까지 많이 이기다가 최근에는 진 적이 더 많지만 내가 분위기를 이끌어 꼭 결승까지 가겠다"고 했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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