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가 17일 열린 복싱 웰터급(69kg) 8강전 경기에서 미국의 드미트리어스 안드라이드에 승리를 거둔 뒤 손을 뻗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22일 4강경기 열려…동메달은 이미 확보
“고마운 누나의 아이에게 메달 걸어줄 것”
“고마운 누나의 아이에게 메달 걸어줄 것”
김정주(27·원주시청)의 ‘주먹’만 남았다.
2005년 세계선수권 우승자 이옥성(16강 탈락)도,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은메달 한순철(16강 탈락)도, 2005년 아시아선수권 은메달 조덕진(1회전 탈락)도 일찍 링에서 내려왔다. 16강전에서 우승 후보를 꺾어 메달을 넘봤던 백종섭은 이 경기에서 기관지가 찢어져 경기를 뛸 경우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 탓에 8강전 12시간여를 앞두고 기권해야 했다. 8강만 이기면 메달을 쥘 수 있었던 백종섭은 치료를 위해 21일 귀국한다. 이제 11체급에 5명을 내보낸 한국복싱이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주먹이 김정주다.
김정주는 22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바키트 사르세크바예프(27·카자흐스탄)와의 웰터급(69㎏) 4강에서 맞붙는다. 복싱은 4강만 와도 동메달을 준다. 따라서 김정주는 이미 동메달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김정주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아테네 직전 훈련 도중 왼쪽 갈비뼈에 실금이 갔지만, 출전을 강행해 얻은 메달이었다. 그것만도 값진 결과였으나, 아쉬움도 남았다.
천인호 감독은 “아침에 러닝을 하고 저녁에 미트를 치는 기술훈련을 하며 4강을 준비하고 있다. 4강 상대도 강한 선수이지만, 정주가 4년 간 최선을 다해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석사 학위를 갖고 있는 김정주는 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금메달을 지난해 12월28일 태어난 조카에게 걸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열두 살에 아버지를 간암으로, 열여섯 살에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은 김정주를 거둔 건 큰 누나였다. 그 고마운 누나가 낳은 아이에게 메달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김정주는 “아테네 때는 좀 어리둥절했는데 이번엔 느낌이 좋다”고 했다. 김정주는 이번 대회 8강에서 웰터급 우승후보로 꼽혔던 미국의 드리트리어스 안드라이드를 11-9 판정승으로 눌러 자신감에 차있다. 웰터급에서 가장 키(1m70)가 작지만 김정주는 치고 빠지며 착실하게 점수를 쌓는 지능적인 플레이로 상대를 올려다보는 작은 키를 메우고 있다.
1986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12체급 모두 금메달을 딴 한국복싱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이 우승한 이후 지금까지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천인호 감독은 “정주의 컨디션은 좋은 상태”라고 했다. 20년 만의 한국복싱 올림픽 우승을 위해 김정주가 4강 링에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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