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정준(가운데)이 19일 열린 남자 110m 허들 2차 예선에서 이를 악물고 결승선에 도달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허들 110m 한국신 세우며 첫 2회전 진출
출발 반응속도는 0.138초. 예선 2라운드 2조 8명 중에선 가장 빨랐다. 두 개의 허들을 넘을 때까지만 해도 선두가 따로 없었다.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쿠바)가 바로 오른쪽 옆 레인에서 1m쯤 앞서가기 시작했지만, 그 옆의 샤마르 샌드(바하마·개인 최고기록 13초44)가 나란히 달리고 있어 해볼 만했다.
“뭔가 될 것같은 느낌이 들었죠. 출발도 좋았고, 첫번째와 두번째 허들을 넘는 리듬도 괜찮았구요.” 그런데, 모든 게 생각대로만 되지 않았다. “여섯번째인가, 일곱번째 허들을 넘을 때 그만 오른손이 오른쪽 무릎을 스쳤습니다. 그렇게 해서 흔들린 페이스가 바로 다음 허들을 발로 건드리게 된 겁니다.”
남자 110m 허들에서 한국 육상 사상 처음 예선 2회전에 출전한 이정준(24·안양시청)은 준결승 진출 문턱에서 좌절된 자신의 느낌을 상세하게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그린공원 선수촌 앞에서 만난 이정준은 “0.04초 차로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알고는 거의 날 밤을 지새다시피했다”며 “하지만, 가능성도 발견한 도전이었기에 큰 교훈을 얻었던 대회였다”고 말했다.
이정준은 이번이 도하아시아대회 이후 공식적으로는 국제대회 출전이 이제 2번째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이 올해 세웠던 한국신기록을 0.01초 갈아치운 13초55를 기록하며 올림픽 첫 출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정준은 귀국 즉시 미국으로 떠나 국제대회 투어를 준비할 계획이다. 많은 경험만이 국제무대에서 진정하게 경쟁력을 키우는 길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연봉 1천만원 더 받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0.1초를 단축하는 겁니다.” 기록 단축을 향한 그의 야심찬 도전의 눈빛이 살아있었다.
베이징/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