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롤로 존스(26)·신화연합, 매슈 에먼스(27) AP연합
여자허들 예선 1위 존스 ‘장애물’ 걸려 7위 추락
1위 달리던 사격 에먼스 ‘마지막 한발’ 악몽 재연
1위 달리던 사격 에먼스 ‘마지막 한발’ 악몽 재연
간발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올림픽에서 사소한 실수는 치명적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금메달을 날려버리는 광경은 보는 이들도 안타깝게 만든다. 그들의 불운에 대고 “실수도 실력 탓”이라고 말하기는 너무 매정하다.
19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여자 100m 허들 결승에 출전한 미국의 롤로 존스(26·왼쪽 사진)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예선 성적도 12초43으로 결승에 오른 8명 가운데 가장 빨랐다. 결승전에서도 빠른 속도로 허들을 넘고 넘어 1위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결승선을 19m 앞둔 지점에서 존스는 9번째 허들을 넘어뜨리고 말았다. 허들을 너무 강하게 건드린 바람에 스텝까지 꼬여버렸고 그렇게 몇 걸음을 헤매는 사이 다른 선수들은 순식간에 존스를 추월했다. 존스의 최종 순위는 12초72의 7위. 금메달을 딴 팀 동료 돈 하퍼의 기록은 존스의 예선 성적보다 못한 12.54였다. 존스는 경기 뒤 인터뷰에서 “기록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허들을 넘어뜨리는 일은 1년에 두 번 정도 일어나는 일”이라며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레이스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니 너무 애석하다”며 분루를 삼켰다.
사격선수 매슈 에먼스(27·미국·오른쪽)는 이번 올림픽에서도 마지막 한 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7일 열린 남자 50m 소총 3자세 결선에서 에먼스는 마지막 한 발을 앞두고 2위와 3.3점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금메달이 거의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에먼스는 마지막 발에서 4.4점(만점 10.9)을 쏘고 말았다. 결선에 오른 8명이 쏜 80발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였다. 에먼스는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에 손가락에 힘이 강하게 들어가면서 흔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아테네올림픽 때 같은 종목에서 마지막 한 발을 옆 선수의 표적에다 쏴 금메달을 놓쳤던 ‘불운’이 반복된 것이다.
여자 육상 400m의 사냐 리처즈(23·미국)는 19일 열린 결승에서 갑작스런 근육 경련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380m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스퍼트를 하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에 경련이 오면서 3위로 처진 것이다. “‘아, 지금은 아니야’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근육은 점점 뻣뻣해졌다”며 리처즈는 아쉬워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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