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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한일전…‘배수진’ 치고 맞선다

등록 2008-08-21 15:26수정 2008-08-21 15:27

숙명의 라이벌 한국과 일본이 22일 오전 11시30분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릴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본선 풀리그에서 7전 전승을 거둬 1위로 준결승에 오른 대표팀과 4승3패, 4위로 막차를 탄 일본은 준결승에서 반드시 상대를 무너뜨려 아시아 최강으로 공인받고 결승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6일 풀리그 4차전에서 선발 투수 김광현(20.SK)의 호투, 이대호(26.롯데)의 동점 투런포, 특유의 기동력으로 일본에 5-3으로 승리했다.

공격과 수비, 주루플레이 등 기본기가 최강이라는 일본을 상대로 기습 번트, 도루 등으로 실책을 유도해 결승득점을 뽑으면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은 상태다.

반면 일본은 20일 미국과 마지막 경기에서 승부치기 끝에 패해 4위로 풀리그를 마쳤다. 껄끄러운 쿠바 대신 만만하게 여기는 한국을 준결승 대결 상대로 택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양팀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대표팀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선언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던 일본은 프로 최고 스타들을 앞세워 네 번째 도전에서는 기필코 시상대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여러 차례 한일전이 있었지만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 깊이 박힌 건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이승엽(32.요미우리)과 마쓰자카 다이스케(28.보스턴 레드삭스)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시드니올림픽에서 대표팀은 예선에서 일본을 격파한 뒤 3-4위전에서도 이승엽이 마쓰자카로부터 좌중간을 2타점 결승 루타를 때려 대표팀에 귀중한 동메달을 안겼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이 된 야구에서 일본이 메달을 따지 못한 대회가 바로 시드니올림픽이었다.

WBC에서 대표팀은 오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이 이끄는 일본을 두 차례나 격파하고 단기전에서는 일본을 충분히 꺾을 수준이 됐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예선에서 이승엽이 일본 좌완 구원 투수 이시이 히로토시로부터 역전 결승 투런포를 터뜨려 대표팀을 예선 1위로 본선에 올려 놓았고 본선에서는 이종범(38.KIA)이 일본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에게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결승 2루타를 뽑아 또 한차례 대첩을 연출했다.

4강에서 일본과 세 번째로 만나 완패하는 바람에 결승 진출 티켓을 아쉽게 내줬지만 두 번이나 일본을 제압한 성과는 이후 한국 야구를 한 단계 끌어 올린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김경문 호가 출범한 뒤 대표팀과 일본은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작년 12월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이 걸렸던 아시아예선전에서는 일본이 4-3으로 이겼고 본선에서는 대표팀이 5-3으로 멋지게 설욕했다.

포수 출신으로 '미러클 두산'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김경문 감독과 명투수 출신으로 주니치와 한신 감독시절 두 차례나 팀을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호시노 센이치 감독 간 지략 대결이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

김 감독은 마지막 고비인 일본전에서 필승, 풀리그 전승팀의 자존심을 살려가겠다는 생각이고 자신의 투수교체 실수로 한국에 한 차례 카운터 펀치를 얻어 맞은 호시노 감독은 한국보다 60년 가까이 앞선 일본 야구의 명예를 걸고 두 번 연속 지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맞설 예정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프로 선수가 참가한 드림팀이 결성된 뒤 2000년부터 국가대표 한일전 성적은 11승6패로 대표팀이 앞서 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진출 티켓이 걸렸던 2003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6 WBC 4강전 등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는 모두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베이징에서는 그 빚을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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