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로페스 가문 격파 손태진 68㎏ 첫 우승

등록 2008-08-21 23:52

손태진(오른쪽)이 21일 태권도 남자 68㎏급 결승전에서 마크 로페즈(미국)에게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태진(오른쪽)이 21일 태권도 남자 68㎏급 결승전에서 마크 로페즈(미국)에게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른발차기로 막판 결정타
초등학교 시절 몸이 유난히 약했다. 친구들이 늘 툭툭 건드리면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모부 손을 잡고 처음 간 곳이 태권도장이었어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태권도가 어느새 태극마크까지 달게 했다. 하지만, 세계 정상에 이르기까진 쉬운 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치열한 국내 선발전을 뚫고 처음 출전한 2007년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선 1회전 탈락이었다. 게다가, 공부좀 하겠다고 입학한 단국대를 자퇴하는 아픔까지 겹쳤다. 대한체육회 선수 등록 규정이 실업팀에 있으면서 학교를 다닐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아픔을 딛고 지난해 9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전에 출전해 왼팔 탈구 부상 투혼을 펼치며 우승했다. 손태진(20·삼성에스원)은 그렇게 단련됐다.

하지만 첫 올림픽 출전 무대가 결코 호락호락하질 않았다. 1회전부터 4-3 피말리는 접전이었고, 8강전에선 오른쪽 허벅지 부상까지 당하면서 가까스로 1-0으로 이겼다. 준결승 상대는 대만의 쑹위치. 4-4, 6-6 공방전은 계속됐고, 갈수록 체력은 더 떨어졌다. 17초를 남기고 회심의 공격이 성공했다. 결승전까지 모두 1점 차 승부였다.

“사실 좀 불리해도 그러면 안 되는데, 쓰러져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지쳤습니다.” 손태진은 3라운드 경기 중 넘어졌던 장면을 그렇게 떠올렸다. “우승했는데도,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그런데, (김세혁) 감독님을 비롯해 내 주변 모든 분들이 휴가도 없이 쉬지도 못한 게 너무나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금메달은 나 혼자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함께 섞여 흘러내렸다.

결승전 상대는 미국의 태권도 영웅 마크 로페스(26). 큰형 진 로페스가 코치이며, 둘째형 스티븐(80㎏급 이하)과 여동생 다이애나(57㎏급 이하)가 함께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이들 삼남매는 2005년 마드리드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한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3체급을 석권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마크와 다이애나가 함께 출전했고, 손태진은 결국 결승에서 2초를 남기고 멋진 오른발차기로 승부를 끝냈다. ‘어게인 2005’를 꿈꾸던 미국 로페스가의 희망은 손태진의 발차기에 날아간 것이다.

“결승이 가장 긴장되질 않았어요. 하도 많이 로페스 테이프를 봤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지막 결정타는 작전의 성공이었다. 3라운드 1분여를 남기고 쓰러졌을 때, 감독과 교감이 있었다. 김세혁 감독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다가 지시가 떨어졌을 때 공격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게 2초를 남기고 성공시킨 오른발차기였다. 김세혁 감독이 손태진을 안고 얼굴을 비비는 사이, 반대편에선 코치 진 로페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한국 태권도 남자 68㎏ 이하급의 올림픽 첫 금메달의 역사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김은지 9단의 무서운 수읽기의 힘…허난설헌배 3연패 이룰까 1.

김은지 9단의 무서운 수읽기의 힘…허난설헌배 3연패 이룰까

2024 KBO리그 ‘가을야구’ 일정 나왔다 2.

2024 KBO리그 ‘가을야구’ 일정 나왔다

작년 KS 1차전 ‘데자뷔’…KT, ‘고·문 승리 공식’ 또 통했다 3.

작년 KS 1차전 ‘데자뷔’…KT, ‘고·문 승리 공식’ 또 통했다

변상일 9단, LG배 2년 연속 결승행…커제와 ‘왕위 다툼’ 4.

변상일 9단, LG배 2년 연속 결승행…커제와 ‘왕위 다툼’

2천억 ‘FA대박’ 차질?…MLB 김하성, 어깨부상 시즌 아웃 5.

2천억 ‘FA대박’ 차질?…MLB 김하성, 어깨부상 시즌 아웃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