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선(오른쪽)이 22일 태권도 여자 67kg급 결승전에서 카린 세르게이(캐나다)의 어깨 부분을 돌려차기로 가격하고 있다. 베이징/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부상투혼 황경선 ‘아테네 동’ 아쉬움 날려
8강전서 왼무릎 ‘퍽’…준결승 최대 고비
8강전서 왼무릎 ‘퍽’…준결승 최대 고비
“솔직히 자신 없었어요. 그래도 그냥 버티면 이길 수 없으니 한 번 내질렀는데 그게 들어갔네요.”
여자 67㎏ 이하급 결승전이 끝난 뒤 통증을 견디지 못해 절룩거리며 경기장을 빠져나온 황경선은 이내 믹스트존(선수 취재구역)에선 아예 오른발로 총총 뛰다시피 걸어나왔다.
사릭 산드라(크로아티아)와 8강전에서 무릎끼리 부딪힐 때 왼무릎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났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훈련 중 다친 왼무릎 내측인대파열이 재활을 거쳐 다 나았는데, 그만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긴 거죠.” 그래서 황경선은 도핑에 문제가 없는 진통제 주사를 3대씩이나 맞았다.
사실 준결승전이 최대 고비였다. 상대는 이미 강력한 우승후보로 알려진 글라디 에팡(프랑스)이었다. 황경선도 키가 1m75로 큰 편인데, 에팡은 1㎝ 더 컸다. 결국 3라운드까지 1-1로 비긴 뒤 연장 4라운드에서 40초 만에 기습적인 왼발 돌려차기로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에팡이 제일 힘들었어요. 힘이 워낙 좋은데다, 내가 무릎까지 안좋으니 좋은 공격을 할 수 없었지요. 연장 끝에 결승에 올라간 게 다행이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어요.”
“오른발 공격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답니다. 왼발 부상이 생기니 왼발 축이 안정되질 못하기 때문이었죠. 결국 공격의 컴비네이션이 안 되니 상대를 리드하면서 경기를 풀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원재 감독(한체대)이 곁에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문 감독은 “8강전 끝난 뒤 부상이 워낙 심해 진통제 주사를 맞았고, 4강전과 결승전 뛰기 전에 한 차례씩 더 맞았는데, 통증이 쉽게 없어지질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진출한 결승전 상대는 지난해 베이징 세계선수권 챔피언 카린 세르게리(캐나다)였다. 키가 10㎝나 작아 경기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그런데, 그런 신체적 유리함은 늘 방심을 불러온다. 1라운드 31초를 남기곤 먼저 왼옆구리 공격을 내준 것. 붙었다가 떨어지는 순간, 세르게리가 먼저 시도한 날렵한 발차기에 당한 것이다. 하지만, 2라운드 29초를 남기고 왼발 돌려차기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체력이 거의 다 소진되던 3라운드 38초를 남기곤, 마지막 공격을 감행했다.
부상이 없는 오른발을 축으로 놓고, 아픈 왼쪽다리를 들어올려 날린 뒷차기가 결승타였다.
4년 전 아테네 동메달에 그쳤던 아쉬움을 이번에 금메달로 달랜 황경선은 한국 태권도 사상 처음 올림픽에서 두 개의 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됐다. 베이징/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황경선이 22일 태권도 여자 67㎏급에서 우승하자 문원재 감독이 손을 들어주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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