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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동’…도전하는 주먹은 아름다웠다

등록 2008-08-22 23:02수정 2008-08-25 00:07

김정주가 22일 웰터급(69㎏) 준결승에서 코피를 흘리며 상대 바히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정주가 22일 웰터급(69㎏) 준결승에서 코피를 흘리며 상대 바히트 사르세크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카자흐 바키트 맞선 준결승전서 6-10 ‘분패’
아테네 이어 또 3위…20년 ‘금 숙원’ 4년 뒤로
불빛은 사각링에만 떨어진다. 그곳에 1남2녀 막내가 물 한 모금 마시고 링에 올라섰다. 큰누나 정애씨가 어두운 관중석에 앉았다. 누나는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들 중혁이를 시댁에 맡겼다. 누나에겐 친정이 없다. 막내 남동생 열두 살에 아버지를 간암으로, 막내 열여섯 살에 어머니를 심장마비로 잃었다. 누나도 나이가 많아봐야 막내보다 7살 위다. 감당하기 힘든 슬픔은 누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누나는 동생 둘을 거둬들였다. 막내 정주는 준결승 앞두고 “누나, 빨리 와요”라고 했고, 누나는 그 말에 이끌려왔다. 2002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 포상금을 큰 누나 결혼 밑천으로 내놓았던 고마운 동생이다.

상대는 주먹이 빨랐고, 3cm가 더 컸다. 몸을 좌우로 움직이며 기다리던 상대는 스트레이트를 툭, 툭 던지며 점수를 쌓아갔다. 1라운드부터 0-3으로 벌어졌다. 2라운드에서 2-5까지 쫓아가고, 3라운드 종료 직전까지 5-6까지 따라붙었다. 3라운드 종이 울리기 전, 바닥에 물기가 있는지 잠시 미끄러지며 몸이 흐트러졌고, 몸을 추슬렀으나 종료버저와 함께 상대의 스트레이트에 얼굴을 맞았다. 5-7. 웰터급 출전 선수 중 가장 키(1m70)가 작은 그는 왼손을 잘 쓰지 못했다. 대회 직전 훈련을 하다 왼손 등뼈에 실금이 갔고, 대회 1회전에서 상대에게 잽을 달리다 그 통증이 다시 찾아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대회 직전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고, 그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4라운드 1분16초를 남기고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그의 왼쪽 코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피를 닦고 링 중앙으로 나왔으나, 얼굴을 상대 주먹에 더 열어줬다. 마지막 4라운드 2분은 6-10에서 멈췄다.

“금메달 약속 못지켜 조카야 미안해”
“지금 누나가 가장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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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베이징 노동자체육관에서 열린 복싱 웰터급(69㎏) 2005년·2007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자 바키트 사르세크바예프(27·카자흐스탄)와의 4강전. 김정주(27·원주시청)는 결승진출에 실패했으나, 복싱은 4강만 와도 동메달을 주기 때문에 구릿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한국 권투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지 못해 아쉽다.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왼손 주먹이 아팠지만, 그것도 다 핑계”라고 했다. 왼쪽 눈가에 빨간 상처가 그어져 있었다. 김정주는 금메달을 누나 아들에게 걸어주고 싶다며 올림픽에 나왔다. “앞으로 공부(박사과정)도 해야 할 것 같다”는 그는 “조카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지금 누나가 가장 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복싱이 20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기회는 놓쳤으나, 김정주는 복싱 사상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딴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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