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을 하루앞둔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 한국-헝가리전에서 김차연(왼쪽부터), 박정희, 홍정호가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
핸드볼 아줌마들의 마지막 1분, 눈물의 1분
임영철 감독 “오영란·오성옥·허순영 나가라”
임영철 감독 “오영란·오성옥·허순영 나가라”
경기종료 1분이 남았다. 임영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33-28, 5점 차. 이렇게 크게 앞서고 있으면, 지고 있는 상대를 위해 타임요청을 하지 않는다. 임 감독도 그걸 잘 안다. 그 역시 무슨 작전을 얘기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줬다. “오영란” “오성옥” “허순영”, 그들은 30대 아줌마 선수들이다. “홍정호, 박정희….” 34살, 33살 고참선수들의 이름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주부선수들, 30대 선수들 데리고 엄청난 훈련을 했습니다. 이제 이 선수들은 올림픽에 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에게 피날레를 장식하게 해주고 싶었던 겁니다.” 11살 아들을 둔 오성옥이 감독에게 얘기했다. “감독님, 안 그러셔도 돼요.” 하지만 임 감독은 어린 후배들에게 이해를 구했고, “마지막 순간 코트에서 기쁨을 나누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여자 핸드볼 동메달 순간(SBS 제공)
1분이 50초, 30초, 10초로 줄어들면서 아줌마, 고참들의 눈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종료휘슬이 울리자, 박정희(33)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렸다. 후배가 흐느끼는 선배 언니의 손을 잡아 일으키는데도 박정희는 쉽게 몸을 세우지 못했다. 올림픽 주관 방송 카메라가 그 앞까지 와 그들의 그런 장면을 담고 있었다.
23일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3·4위전. 21개월된 딸 서희를 시댁에 맡기고 남자핸드볼국가대표 골키퍼 강일구와 같이 대회에 나온 골키퍼 오영란은 “딸과 많이 함께 하지 못해 미안했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서희가 엄마의 동메달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눈물은 다시 또다른 눈물을 끄집어내고 또 끄집어냈다. 오영란은 “마지막에 내가 코트에 나갔는데, (후배 골키퍼) 민희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7m 던지를 전담했던 34살 홍정호는 “10대 때 올림픽에 나오고, 2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오고, 30대 때 또 올림픽에 나와 모두 메달을 따게 됐다.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가장 늦게 나온 것은 오성옥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뒤에 골이 들어갔는데도, 경기감독관이 인정하지 않아 졌던 준결승전에서도 오성옥은 후배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코트를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에 손엔 선수들에게 전해달라며 관중석에서 팬들이 건넨 편지가 들려있었다. 겉봉투엔 ‘우리 싸이 일촌해요’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오성옥은 “아들이 한국에서 TV를 보며 엄마가 한골한골 넣는 것을 봤다고 했다. 떨어져 지냈지만, 최선을 다한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도 교육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5번 올림픽에 나와 금·은·동을 모두 따낸 선수가 됐다. 그는 “금메달 못지 않은 동메달을 따게 돼 후배들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올림픽 오기 전, 고참선수들과 같이 이런 얘기를 했다. 뛰면서도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선수촌 앞 카페에 가서도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모든 게 다 마지막이구나….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어서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던 그 경기를 떠올리면서 후배들에게 들려준 얘기를 꺼냈다. “후배들에게 말해줬어요. ‘얘들아, 하늘의 판정이니 어쩌겠니. 하지만 우린 지지 않았다’고요.”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우생순’ 여자 올림픽 베이징 가기 전 훈련모습 [%%TAGSTORY1%%]
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을 하루앞둔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 한국-헝가리전에서 김차연(왼쪽부터), 박정희, 홍정호가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
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을 하루앞둔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한국대표팀이 임영철 감독에게 헹가래를 선사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
가장 늦게 나온 것은 오성옥이었다. 경기가 종료된 뒤에 골이 들어갔는데도, 경기감독관이 인정하지 않아 졌던 준결승전에서도 오성옥은 후배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채 코트를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에 손엔 선수들에게 전해달라며 관중석에서 팬들이 건넨 편지가 들려있었다. 겉봉투엔 ‘우리 싸이 일촌해요’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오성옥은 “아들이 한국에서 TV를 보며 엄마가 한골한골 넣는 것을 봤다고 했다. 떨어져 지냈지만, 최선을 다한 엄마의 모습이 아이에게도 교육이 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5번 올림픽에 나와 금·은·동을 모두 따낸 선수가 됐다. 그는 “금메달 못지 않은 동메달을 따게 돼 후배들에게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올림픽 오기 전, 고참선수들과 같이 이런 얘기를 했다. 뛰면서도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선수촌 앞 카페에 가서도 여기도 마지막이구나, 모든 게 다 마지막이구나…. 어렸을 땐 하라고 해도 하기 싫어서 안 할 때도 있었는데, 이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준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했던 그 경기를 떠올리면서 후배들에게 들려준 얘기를 꺼냈다. “후배들에게 말해줬어요. ‘얘들아, 하늘의 판정이니 어쩌겠니. 하지만 우린 지지 않았다’고요.” 베이징/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우생순’ 여자 올림픽 베이징 가기 전 훈련모습 [%%TAGSTOR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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