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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옥 “후배들에게 큰절 하고 싶다”

등록 2008-08-23 19:19수정 2008-08-23 19:51

아름다운 투혼 = 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을 하루앞둔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한국의 오성옥(오른쪽), 오영란 두 노장이 환하게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아름다운 투혼 = 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을 하루앞둔 23일 베이징 국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핸드볼 동메달결정전에서 헝가리를 물리치고 동메달을 딴 한국의 오성옥(오른쪽), 오영란 두 노장이 환하게 웃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다섯 차례나 올림픽 무대에 서 본 노장에게는 여유가 넘쳤다.

23일 오후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최고참 플레이메이커 오성옥(36.히포방크)은 실컷 울었지만 취재진 앞에 섰을 때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 여자핸드볼을 16년 동안이나 이끌어온 '태극 여전사'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모두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오성옥은 11살 아들 승구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전화 통화를 했는데 TV로 엄마를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하더라. 내가 골 넣는 것을 지켜봤느냐고 물었더니 봤다고 했다. 그 모습 자체가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 아들이 엄마 없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 사랑을 듬뿍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오성옥은 지난 7차례 경기보다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막내 김온아(20.벽산건설)가 투입됐고 오성옥의 빈 자리를 잘 채워냈다.

그는 "이틀 전 노르웨이와 준결승을 마치고 탈진했다. 링거를 맞고 감독님에게 갔는데 '올림픽에서 동메달만 못 따보지 않았느냐.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딴 구기종목 선수는 우리나라에 없다. 네가 해봐라'고 말씀하시더라.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됐다"며 "오늘은 할 만큼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고 오히려 후배들이 큰 선물을 준 것 같다. 동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 않다. 후배들에게 큰 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출전을 결심하기까지 오성옥은 고민이 많았다. '과연 내가 가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태릉선수촌에 들어가기도 왠지 꺼려졌다.


오성옥은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태릉에 들어갔을 때는 얼굴을 못 들었다. 다른 분들은 자랑스럽게 격려해줬지만 이상하게 창피하더라. '같이 운동했던 사람들은 다 코치, 감독 하는데 나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아직 현역으로 뛴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어 "임영철 감독님을 믿었기 때문에 또 같이 나왔던 것 같다. 노장들에게 배려도 많이 해주신다. 오늘 마지막 1분에 노장만 투입하는 것을 보라. 그런 배려가 없으면 이 나이 먹고 뭐하러 여기 오겠는가. 오영란이나 허순영, 홍정호 등 모두 힘들었을 텐데 여기까지 참고 온 것 보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오성옥이나 오영란, 허순영, 홍정호 등 서른 살을 훌쩍 넘긴 고참들에게는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오성옥은 베이징으로 출국하기 전날을 떠올렸다.

"태릉선수촌에서는 뭐든지 다 마지막이었어요. 출국 전날 훈련장인 오륜관이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필승관, 그 사이의 길거리, 자주 다니던 카페 등을 다니며 '마지막'이라는 말을 참 많이 하고 왔습니다. 더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예전에는 하라고 하면 '싫어요'라고 빼곤 했던 그 운동이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계속 눈물이 나네요"

처연한 분위기 속에 취재진이 '더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었더니 오성옥은 "그러면 추하다"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대표팀은 은퇴하더라도 현역 생활은 언제까지 할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는 "아직 오스트리아 히포방크와 계약이 1년 남았다. 하고 싶은 데까지 해야 하는데 체력이 되려나 모르겠다"며 "현재 팀과 계약이 끝나면 한국에서도 뛰고 싶다.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은퇴식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고 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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