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오디세이 /
지난해 일입니다. 국내 굴지의 한 금융기관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 후원에 적극 나서기에,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스포츠마케팅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오더군요. “브이아이피(VIP) 고객들을 위해서다. 고객들을 프로암대회에 모셔 신지애 등 스타들과 라운딩을 하게 할 수 있지 않는가. 실제로는 그런 이유가 크다.”
국내서 알아주는 한 대기업은 프로축구·농구 대신, 자동차경주나 e-스포츠 후원에 적극적인데, 이는 오너의 취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여자프로골퍼 후원에 적극적인 한 주류기업도 오너의 골프 관심도가 커 그렇다고 합니다.
이유야 어쨌거나,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스포츠 후원은, 스포츠 쪽으로서는 ‘마르지 않는 젖줄’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스포츠 쪽 역시 스폰서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져가고 있습니다. 아직 그런 징조는 미미하지만, 각 경기단체나 선수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타이틀스폰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각각 30억원대와 40억원대를 내며 후원해왔는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긴축예산을 편성하면서 스포츠마케팅 예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는 말이 나와, 두 단체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야구위 관계자는 “큰 기업들이 후원을 안해주면 국내스포츠는 정말 힘들어진다”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도 걱정이 많은 듯 합니다. ‘케이비(KB) 국민은행 스타 투어’는 지난해 4차 대회까지 열렸는데, 올해는 1개 대회가 줄게 됐습니다. 지난해 27개 대회(총상금 89억원 규모)를 열어 성공적으로 1년을 보낸 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 스폰서에 큰 변동은 없지만, 모를 일”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손을 대는 것이 팀 해체나 스포츠대회 후원끊기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난해말 <한겨레> 여론조사를 통해 ‘1년간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위안과 희망을 준 인물’을 선정했는데, 상위 10명 중 4명이 스포츠 스타라는 사실들 잘 아시죠. 1위 김연아, 3위 박태환, 6위 박지성, 7위 장미란…. 국민에게 진한 감동과 희망을 주는 스포츠. 그 젖줄이 말라서는 안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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