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역도 3관왕 이희솔·문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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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역도 3관왕 이희솔·문유라 “정말 당황했어요. 그렇게 사람이 많이 나올 줄은 몰랐죠.” 둘은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24일 오후 태릉선수촌 역도훈련장에서 만난 이희솔(20·한국체육대학교)과 문유라(19·경기체육회)는 귀국 때 공항에서 접한 언론의 관심이 아직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둘은 21일 루마니아에서 끝난 세계주니어역도대회에서 나란히 3관왕을 차지하고 23일 귀국했다. 여자 역도 +75㎏ 중량급 이희솔과 63㎏ 경량급 문유라는 2005년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나 친구처럼, 자매처럼 지내온 사이다.
이희솔(20·한국체육대학교)
훌륭한 체격 ‘제2의 장미란’ 극찬 173㎝, 117㎏의 이희솔과 157㎝, 63㎏의 문유라는 체격만큼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울산에서 태어난 이희솔은 3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7살 때 아버지가 병으로 숨진 아픈 사연이 있다. 지금까지 할머니가 장사나 공공근로를 통해 이희솔의 뒷바라지를 했다. 이희솔은 “할머니 덕분에 크게 어려움 못 느끼고 운동할 수 있었다”며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문유라는 어린 시절부터 ‘소질’을 보였다. “7살 때 20㎏ 쌀자루를 들었어요. 별로 힘들지 않게 들었죠.” “부천에서 쌀가게를 하던 부모님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별 생각 없이 들었다”고 문유라는 웃었다. “물론 어머니가 한사코 말리긴 했지만요.”
문유라(19·경기체육회)
‘상장 욕심’에 교내대회 나갔다 입문 둘 다 원래 역도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희솔은 울산중 2학년 때 육상 선수도 아닌데 울산시 투포환대회에 엉겁결에 출전해 울산시역도연맹 관계자의 눈에 띄었다. 이희솔의 좋은 체격을 눈여겨 본 것이다. 문유라도 부천여중 1학년 때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상장 욕심에 교내 역도실기대회에 나가 입상한 게 역도에 입문한 계기였다. 둘 다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역도를 만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둘의 머릿속은 이제 오로지 자신의 기록을 깨는 것만으로 가득 차 있다. 작은 체구지만 주니어대회에서 용상 120㎏에 인상 104㎏ 합계 224㎏를 들어올린 문유라는 지난해 허리가 아파 기록이 정체될 때 가장 답답했다고 했다. 지난 3월에 세운 254㎏를 11㎏ 더 들며 합계 265㎏로 3관왕을 거머쥔 이희솔은 “장미란 언니랑 워낙 차이가 많이 난다”며 기록에 대한 욕심을 냈다. 가족들의 반대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자 역도 선수에 대한 주위의 시선도, 계속되는 고된 훈련도 둘에게는 기록을 깨기 위해 감수해야 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힘들지만, 운동하는 게 좋고,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하는 이희솔에겐 20대의 당당함이 느껴졌다. 국제역도연맹에서 누리집을 통해 ‘제2의 장미란’이라고 극찬한 이희솔과 ‘경량급 장미란’이라고 불리는 문유란. 그들에게 ‘미란 언니’는 뛰어넘어야 할 산이라기보다는 운동도, 생활도 본받아야 할 우상이다. “선배 언니들처럼 되고 싶다”며 ”올림픽에 나가면 영광일 거에요”라고 수줍게 웃는 이희솔과 문유라의 눈은 이제 2012년 런던올림픽을 향해 있다. 그들이 땀흘리는 역도훈련장 입구 벽에는 장미란, 사재혁 등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배들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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