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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반년만에 일군 기적

등록 2010-02-15 20:23수정 2010-02-17 10:40

이승훈이 14일(한국시각)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승훈이 14일(한국시각)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역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밴쿠버 겨울올림픽]
“가진건 지구력뿐” 쇼트트랙 탈락 뒤 종목 전환
스피드스케이팅 5000m 은…24일 1만m 도전




13위, 9위, 3위, 2위….

14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 이승훈(22·한체대·사진)은 한 바퀴 한 바퀴 늘어갈수록 랩타임 기록과 순위를 단축해 나갔다. 지난해 7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한 뒤, 땀과 눈물로 보내왔던 6개월의 시간이 5000m, 12.5바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승훈이 6분16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이날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스벤 크라머르(6분14초60·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 쾌거를 달성하자 기자회견장은 술렁거렸다. 외국 기자들은 ‘뜻밖의 메달’에 “이승훈이 원래 잘하던 선수냐, 국내 기록은 어떻게 되나” 등을 한국 취재진에게 묻기 시작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외국 기자들은 이승훈에게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 쇼트트랙이 도움이 됐나?” 등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로 생각됐던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이승훈의 메달은 뜻밖의 사건이었다.

은메달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15일, 밴쿠버에 차려진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난 이승훈은 “부모님에게 전화드리니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하셨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 4월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그가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을 때, 부모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순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던 이승훈도 “‘난 안되는 놈인가’ 하고 좌절에 빠져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승훈(22·한체대)
이승훈(22·한체대)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지금까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한 선수들이 없지 않았지만 모두 짧은 시간에 사라졌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보며 “잠깐 잘하고 말겠지”라고 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주변의 시선보다 더 중요했다. “난 단거리에 필요한 순발력과 파워를 가지지 않았다. 내가 가진 건 장거리 선수에게 필요한 지구력밖에 없었다”고 생각한 이승훈은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갔다. “넌 된다”라며 적극적으로 끌어준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의 격려도 컸다. 그는 “교수님이 적극적으로 끌어주셨다. 올림픽 앞두고도 메달 딸 것이라고 자신감을 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1m77, 70㎏의 평범한 체격을 가졌지만 그는 지난해 네 차례 월드컵대회에서 모두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무섭게 성장했다. 최고기록 6분14초67로 무려 15.32초를 6개월 만에 줄였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은 “승훈이는 체력과 지구력이 워낙 뛰어나다. 마지막에 파이팅도 강하다”며 “이번 메달로 아시아 선수도 장거리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기뻐했다.

쇼트트랙을 경험한 것도 약이 됐다. 이승훈은 “쇼트트랙 훈련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캐나다로 오기 전까지 계속 쇼트트랙 훈련을 했다. 다리 쓰는 힘이 스피드스케이팅과 맞다”고 설명했다. 111.12m를 도는 쇼트트랙의 코너링 경험이 400m의 스피드스케이팅의 코너링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이승훈은 “어제도 코너에서 속도를 올린 것을 바탕으로 직선활주를 탔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아직 어색하고, 쇼트트랙도 욕심이 난다”는 이승훈에게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쇼트트랙은 옛사랑, 스피드스케이팅은 첫사랑” 그의 대답이었다. 이승훈은 24일 1만m에 출전해 또다른 기적을 준비한다.

밴쿠버/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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