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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독한 프로들, 얼음판 점령

등록 2010-03-02 22:20수정 2010-03-02 22:21

왼쪽부터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왼쪽부터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인물로 본 밴쿠버 올림픽 ②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3총사
아무도 주목 안해도 목표 향해 용맹정진
밴쿠버 8년 프로젝트 젊은 혈기로 내용 채워
“1936년 김정연은 독일의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서 열린 4회 겨울올림픽 1만m에서 18분2초로 일본 신기록을 세우며 12위로 들어왔다. 하지만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한 김정연은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 수밖에 없었다.”(대한빙상경기연맹 누리집)

그로부터 74년.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은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만개했다. 모태범(21·한국체육대)은 남자 500m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다크호스’로 부상하며 대한민국에 빙속 첫 금메달을 안겼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모태범은 신세대의 발랄함으로 춤 동작을 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이상화(21·한국체육대)는 여자 500m 금메달로 아시아 여성 최초의 이 부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폭발적인 힘을 낸 이상화의 건강한 허벅지는 ‘금벅지’, ‘철벅지’라는 애정 어린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승훈(22·한국체육대)은 쇼트트랙에서 종목을 바꾼 지 불과 8개월 만에 아시아인에게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5000m와 1만m에서 각각 은·금메달을 따내는 위업을 이뤘다.

한국의 스피드스케이팅 올림픽 도전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의 김윤만(1000m 은)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2006 토리노 대회의 이강석(500m 동)을 거쳐 가능성을 확인했다. 박성인 2010 밴쿠버올림픽 한국선수단장 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마련한 ‘밴쿠버 프로젝트’가 결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각종 국외대회에 가능한 한 자주 선수단을 파견하고, 실전 경험을 축적해왔다. 국제규격의 태릉 빙상장과, 하드 트레이닝이 가능하도록 꾸며진 태릉선수촌은 다른 나라와 다른 강력한 하드웨어다.

신세대 대표선수들이 내용을 채웠다. 모태범은 스스로 자동차 드라이빙을 즐기는 ‘스피드 광’이라고 밝히고,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그동안 (관심을 안 보여줘서) 섭섭했어요”라고 농담을 하는 등 통통 튄다. 이상화는 금메달을 딴 뒤 열린 기자회견에 스스로 다듬은 머리 스타일을 자랑했다. 초등학교·대학 동창인 둘은 장난도 잘 친다.

그러나 이들은 프로페셔널이다. 올림픽 전 태릉빙상장에 가면 링크 밖에서도 틈나는 대로 스케이팅 몸동작을 반복하며 공을 들인 게 모태범이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규혁, 이강석 등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때 뒤안에서 홀로 독기를 키웠다. 이상화는 100㎏을 훌쩍 넘는 무게의 바벨을 메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스 훈련으로 철의 허벅지를 만들었다. “남자팀에서 남자들과 경쟁”하면서 힘을 비축했다. 5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제니 볼프(독일)보다 0.05초 앞서기 위해 흘린 눈물과 땀은 서울 장안동 연립주택 자기 방 달력에 써 놓은 ‘인생역전’이란 표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스피드스케이팅 등록선수 412명(2008년)의 척박한 한국 토양에서 이승훈 등의 출현은 기적에 가깝다. 쇼트트랙 주법 훈련이 도움을 주었다고 하지만, 이제 다른 나라도 비슷한 훈련으로 따라올 것이다.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이들과 후배들의 부담이 됐다. 그러나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거침없이 도전하고, 결과를 즐기는 젊은이들이기에 희망은 크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AP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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