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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머는 달렸지만 이승훈은 이미 웃었다

등록 2010-02-24 11:18수정 2010-02-24 11:26

세계 최고의 장거리 스프린터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잘못된 레인으로 들어서는 순간, 한국의 이승훈(22.한국체대)은 이미 금메달을 확신하며 기쁨을 나눴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0m 경기가 펼쳐진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희비교차=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승훈 보다 기록을 단축했지만 규정위반으로 실격처리된 네덜란드의 크라이머 스벤이 태극기를 든 이승훈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희비교차=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가운데 이승훈 보다 기록을 단축했지만 규정위반으로 실격처리된 네덜란드의 크라이머 스벤이 태극기를 든 이승훈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기록 보유자다운 스피드로 2,000m 구간부터 1위로 앞서나간 크라머는 8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믿기지 않는 실수를 저질러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코너로 진입하면서 아웃코스로 나가려던 크라머는 게라드 켐케스 코치의 황급한 지시를 듣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인코스로 진입했지만, 원래 들어가야 했던 자리는 아웃코스였던 것.

결국 인코스를 두 번 돈 크라머는 실격됐다.

경쟁자였던 한국 선수단 뿐 아니라 네덜란드 선수단과 심판진 모두 크라머가 인코스로 들어서는 순간 곧바로 이 사실을 눈치챘다.

대표팀 김용수 코치는 "아웃코스로 들어가야 하는데 인코스로 들어가더라. 김관규 감독이 바로 심판에게 이야기하려 했는데, 이미 심판들도 알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승훈 역시 "감독님이 '크라머가 실수한 것 같다'라는 말을 해주셨다. 모태범도 크라머가 경기를 하던 도중 '너 금메달이다'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크라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이반 스코레프(러시아)가 이미 이승훈보다 4초 가까이 뒤진 기록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이승훈은 금메달을 확신했다.

이승훈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김관규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생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첫 금메달을 자축했다.

경기장 전광판에서도 크라머의 실수 장면을 되풀이해 보여준데다 두 선수가 같은 레인을 도는 기이한 장면이 펼쳐지자 관중들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챈 상황에서, 오직 크라머만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숨가쁘게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에 차오른 채 25바퀴를 돌아야 하는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레인을 잘못 들어서 실격되는 것을 가끔 나오는 장면이지만, 실수가 나오자마자 경기를 중단하고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플라워세리머니에서 은메달리스트 러시아의 스코브레프와 동메달리스트 네덜란드의 봅 데용이 무등을 태우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미터 경기에서 이승훈이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플라워세리머니에서 은메달리스트 러시아의 스코브레프와 동메달리스트 네덜란드의 봅 데용이 무등을 태우자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수 코치는 "네덜란드 코치진도 실수가 나온 직후 실격을 시인했다"며 "크라머에게 코치들이 계속 사인을 보냈지만 크라머는 끝까지 사인을 보지 못했다. 올림픽이다 보니 경기에 너무 집중해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혼자 상황을 모른 채 경기를 마친 크라머는 뒤늦게 실격이라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선글라스를 집어던지고 레인 마크를 걷어차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수만이 아니라 이날 경기 기록도 크라머의 화를 돋우기 충분했다.

비록 인코스를 두 번 탔다 하더라도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무려 4.05초나 앞선 12분54초50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인코스는 반지름 25~26m, 아웃코스는 반지름 30m의 반원형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인코스를 한번 더 도는 선수는 30m이상 이득을 보는 셈이다.

김용수 코치는 "인코스를 두 번 돌게 되면 3초 정도 기록이 단축될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30~40m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코스를 돌았다면 크라머는 이승훈은 1초 정도 앞지르고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던 셈이다.

김 코치는 "크라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다. 그 정도 실력이 된다는 것은 인정한다. 우리에게 운이 따른 것"이라며 기뻐했다.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힐에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이승훈이 코치진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4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힐에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이승훈이 코치진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sncwook@yna.co.kr (밴쿠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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