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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지막까지 기적 바랐지만…”

등록 2010-02-26 14:10수정 2010-02-26 18:07

"갸쿠텐(逆轉.역전)은 없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중계된 26일 오후.

일본 전역에서 TV 앞에 몰려 앉은 일본인들은 몇번이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첫번째는 한국의 김연아가 얻은 점수가 TV 화면에 표시된 순간.

이미 24일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 아사다 마오(淺田眞央)에 4.72점이나 앞서며 사실상 금메달 8부 능선을 넘은 김연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얻으며 쇼트프로그램(78.50) 점수를 합쳐 총점 228.50점을 기록했다. 역대 피겨대회 통틀어 최고점이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TV 화면을 점수를 지켜보던 일본 국민들은 이 순간 "다메다(틀렸다)"라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었다.

일본의 마지막 희망 아사다의 순서가 남아 있었기 때문.

특히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 연기 초반 자신의 특기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에 성공하자 일본인들은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일제히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연아에 바로 뒤이어 연기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 듯 아사다가 몇차례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면서 역전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 일본인들은 아사다가 실수를 할 때마다 실망의 탄식을 내뱉어야 했다.

TV를 지켜보던 일본인 중 상당수는 아사다의 점수가 점수판에 표시되기도 전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나마 TV 아나운서가 "김연아 바로 뒤에 연기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트리플 악셀에 성공한 것은 훌륭했다"며 트리플 악셀 성공을 거듭 강조했을 뿐이다.

사실 이날 오전까지 일본인들은 '갸쿠텐'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이며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뒤진 아사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이겨 금메달을 차지하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26일자 조간으로 나온 일본 일간지와 스포츠지는 '갸구텐'이라는 단어가 실린 김연아-아사다 대결 예고 기사를 일제히 1면 톱이나 사이드 톱에 배치했다.

TV 중계를 보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도심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도쿄 도심 JR 유라쿠초 역 부근에 있는 일본 유명 전자제품 판매 업체인 '빅카메라' 유라쿠초점 1층 TV 판매장 앞에 500명이 몰리는 바람에 인도는 물론이고 일부 차도까지 인파로 넘실댄 것.

경기 직후 일본 TV들은 '김연아 해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 계열의 '니혼TV'는 김연아의 경기 실적은 물론, 지금까지 출연한 광고, 좋아하는 곰인형, 혈액형까지 소개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동갑내기 김연아와 아사다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자주 눈에 띄었다.

아사다에 쏠린 일본인들의 관심은 음악 다운로드 횟수에서도 드러났다.

스포츠호치는 26일자 조간에 실린 '마오가 이겼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사다 선수가 쇼트프로그램 연기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가면무도회'가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인 '레코쇼크' 재즈.클래식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음악 다운로드 횟수에서는 서로 다른 버전의 '가면무도회'가 재즈.클래식 부문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인 '종'은 경기가 열리기도 전에 같은 순위에서 7위에 진입했다. 김연아가 사용한 '제임스 본드의 테마곡'은 5위였다.

일본 내 한국인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도쿄에 있는 한국인 밀집 지역인 신오쿠보(新大久保)의 한국인 음식점에선 '金 부침개'까지 서비스하며 '김(金)연아의 金메달 획득'을 기원했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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