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몰입·금빛기술·명품근력 ‘연아의 마법’

완벽몰입·금빛기술·명품근력 ‘연아의 마법’

전문가들이 본 신기록 비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 피겨 전문가들의 김연아에 대한 평가다. 26일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 무대를 평정한 김연아의 마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코치도 심리적 안정 도와

■ 몰입의 힘 동네축구를 하더라도 선수로 뛰면 긴장하는 게 예사다. 올림픽 같은 최고의 무대에 섰을 때 심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선수들은 연기를 하기도 전에, 또는 하는 과정에서 걱정하는 일이 많다. 이는 긴장과 불안의 요인이고 실수로 연결된다.

그러나 김연아는 표정과 동작을 봤을 때 진행중인 동작에 빠져 있다. 이른바 ‘몰입상태’다. 기량이 검증된 선수가 올림픽같은 큰 무대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100% 몰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준비를 하더라도 매 순간 압박감을 벗어나는 고유의 멘털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김연아는 좋든 싫든 지나간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작은 실수라도 금방 극복한다. 아마도 여러 경기 경험을 통해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기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도 잘 돌봐주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지도자와 선수가 하나가 됐을 때 플러스 알파의 효과가 나온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

점프·스피드 맞춰 잘 발달

■ 근력과 테크닉의 조화 김연아 피겨의 핵심은 점프다. 높이는 체공시간과 많은 회전력을 보장한다. 점프의 높이는 이전 동작에서 이어지는 스피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많은 선수들이 점프 직전 스피드를 줄이는 것은 실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회전력을 위해 사전에 몸을 돌리는 프리로테이션 동작을 해 감점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김연아는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그 힘을 점프로 그대로 옮기고, 빠른 회전으로 소화해낸다. 이런 기술 구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릎에 연결된 허벅지 앞뒤 부분의 근력이다. 대개 점프에 필요한 근력은 자기 몸무게의 2배 이상, 착지엔 6~8배가 요구된다. 김연아는 이런 근육이 잘 발달돼 있다. 또 앞뒤로 쏠리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지키기 위해 복부와 등, 둔부 등 다양한 체간근력까지 고루 발달돼 있다. 김연아가 뛰는 높이에다, 그 높이를 수평으로 잘 그려내는 포물선은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박세정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운동생리학)

우아하고 섬세한 표현력

■ 춤과 음악, 의상의 3박자 프리스케이팅에서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선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할 때 정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24일 쇼트프로그램의 본드걸 춤을 출 때도 마찬가지였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의 숨은 색깔까지 찾아낼 정도로 섬세한 안무를 만들었다.

특히 김연아는 다른 어떤 선수보다 전체적인 체격 비율이 조화롭다. 연기에서 부드러움을 표현할 때는 우아하고, 강함을 표현할 때는 힘이 느껴졌다. 점프와 회전도 중요하지만 중간중간 동작들의 표현력이나 흐름을 이어 나가는 능력이 다른 선수들과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매끄러웠다. 좀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짓과 선, 예술성을 높이려고 발레를 배울 정도로 노력하는 김연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김주원(국립발레단 수석발레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