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리우행, 결국 국제재판으로

대한체육회 “규정개정 없다” 밝히자
박쪽, 국제스포츠재판소 심리 요청
“결정 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 주장

박태환(27)이 국제법의 판단에 운명을 걸었다.

박태환의 법률 대리인인 임성우 변호사는 16일 오후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가로막힌 박태환 선수의 구제를 위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법적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4월 카스에 중재를 신청한 뒤 그동안 대한체육회의 입장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이날 대한체육회가 도핑 선수에 대한 추가 징계를 규정한 국내 규정을 바꾸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카스에 중재 재개를 요청했다.

임성우 변호사는 “오늘 바로 심리를 요청했다. 곧 일정이 잡히고 청문회에서 양측의 주장을 들으면 리우올림픽 최종엔트리 제출 마감일인 7월18일 이전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스는 박태환 사안의 시간적 촉박성을 고려해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임 변호사는 “선수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체육회 규정은 원천무효다. 카스의 판결 사례도 있는 만큼 체육회의 지연 전략만 없다면 결과가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임 변호사는 “6월 중에 청문회가 열리고 7월 초 바로 판정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스의 판결이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해다”라고 일축했다. 임 변호사는 “카스 판결은 우리나라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만약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국내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체육회가 카스 판결을 따르지 않거나 지연시킬 경우 등에 대비해 한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법적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을 경우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박태환이 국제법에 호소하는 것은 손해배상이나 결정권자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기량을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박태환의 아버지 박인호씨는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을 따기 힘든 것 아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울컥했다. 박씨는 “서글퍼진다. 6살 때부터 22년간 수영만 했다. 리우에서 메달을 따고 안 따고가 문제가 아니다. 한 번의 실수로 평생의 멍에를 지고 살도록 하는 게 옳은 일인가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3월 징계를 마친 박태환은 4월 열린 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4종목에 출전해 모두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뒤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체육회 규정 때문에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없는 처지다.

글 김창금 기자 [e-mail],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