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3개(총 28개)를 수확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지난 11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200m 릴레이(800m 계영)에서 미국팀 일원으로 1위를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육상 100m 3연패 우사인 볼트의 번개 동작, 펜싱 박상영의 태극기 감고 뛰기까지…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선수들은 개성 강한 세리머니를 남겼다. 그러나 국적 불문하고 같은 동작을 취할 때가 있다. 바로 시상식 직후 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다.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들도 대부분 공식석상에서 메달을 깨물었다. 도대체 왜 깨물까?
누리꾼들까지 메달을 깨무는 이유를 두고 “박사 학위 논문감”이라며 저마다 분석을 내놓는다. 전 복싱선수 홍수환이 ‘우승했다’를 ‘우승 먹었다’고 표현한 데서 비롯됐다는 등 재미있는 의견이 많다. <시엔엔>(CNN)은 “가짜 동전이 많아서 진짜인지 가짜인지 깨물어본 것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인 치아로 금의 질을 검사하던 고대의 관습을 따른다는 해석도 있다. 사격 진종오도 2012 런던올림픽 이후 “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포즈”라고 했다.
심리학적인 접근도 눈에 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메달 깨물기가 가장 잦았던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경쟁에 지치고 예민해진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며 프로이트식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장 신빙성 높은 분석은 ‘사진기자들의 욕심’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전 유도 선수 김재범은 “사진기자들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깨물었다”고 했다. 진종오도 “사실 선수들은 깨물기 싫어하지만, 기자들이 요구해서 포즈를 취한다”고 고백했다.
메달을 깨무는 행동은 적어도 1904년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896년 1회 올림픽 때는 금메달이 없었다. 우승자한테 은메달과 올리브 화환을 줬다. 메달을 목에 걸어주기 시작한 것도 1960년 로마올림픽부터다.
메달 깨물기 논란도 있었다. 일본의 한 대학강사는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이후 “메달 깨물기는 품위 없는 행동이고, 메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올렸다. 메달을 깨물다가 이가 부러진 일도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010년 밴쿠버겨울올림픽에서 독일의 다비트 묄러가 루지에서 은메달을 딴 뒤 시상식에서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메달을 깨물다가 앞니가 부러져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리우올림픽 금메달은 92%가 순은이고 순금 6g으로 도금됐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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