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14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100m 결승전에서 9초81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리우/연합뉴스
폭발적인 유전자 때문인가?
영국의 과학 저술가 마이클 브룩스는 2014년 <가디언> 기고에서 자메이카 사람들의 유전적 특징을 통해 우사인 볼트 파괴력의 비밀을 탐측한 바 있다. 그가 주목한 첫번째 유전자는 ACE(앤지오텐신-변환 효소)다. 이 유전자는 고농도 산소의 혈액을 근육으로 보내는 능력과 관계된 것으로, 서아프리카 출신 사람들이 유럽이나 일본인보다 이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자메이카 사람들은 서아프리카보다 이 유전자가 더 많다.
자메이카는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수입할 당시 마지막 종착지였다. 대략 1000만명의 흑인이 대서양 너머로 수송됐는데, 이 과정에서 100만명 이상이 죽은 것으로 돼 있다. 마지막 종착지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가장 강한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런 강인함은 ACTN3 유전자를 통해 강화된다. 이 유전자는 근육의 수축을 빠르게 하는 데 관계된 것으로, 스프린터에게는 577R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육상선수들 가운데 70%가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반면, 자메이카에서는 일반인들의 75%에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
서인도대학의 연구자들은 자메이카의 토양 환경과 ACTN3이 연관돼 있다고 본다. 볼트나 베로니카 캠벨 등 자메이카의 단거리 선수들은 자메이카의 알루미늄 광산 지대 출신인데, 알루미늄이 이 유전자의 활성화와 관계가 있다. 보통 임신 3개월 단계 때 빠르게 반응하는 속근의 수가 결정되는데, 그 단계에서 ACTN3이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연구진은 산모나 이 지역 사람들이 알루미늄 성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란 농산물을 먹기 때문에 유전자를 자극하는 알루미늄 섭취가 높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볼트의 친척 가운데는 볼트의 능력이 그가 먹은 얌(참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브룩스는 노예제 후손들이 겪는 건강상의 불리함도 있다며 유전자를 통해 자메이카 선수들의 단거리 육상 제패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메이카가 육상으로 특화된 나라인 점도 볼트 비밀의 한 열쇠다. 특히 ‘챔프스’라는 중등부 학생들의 전국육상대회는 세계적인 스프린터를 양산하는 바탕이다. 볼트는 16살 때 이 대회 100m, 200m 기록을 세우면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자메이카에서는 축구를 제외하고는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육상이다.
만약 볼트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스포츠 진>의 저자인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괜찮은 농구선수가 됐을지언정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전자뿐 아니라 선수 육성 환경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엡스타인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자질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