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세광이 도마 남자개인 결승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체조를 (양)학선 선수가 대표하는 게 아닙니다.”
무척 강한 어조였다. 북한의 체조 영웅 리세광(31)이 그의 맞수인 양학선(24·수원시청)이 부상으로 불참한 도마(Vault)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한 말이다. 16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체조 도마 남자개인 결선에서 리세광은 1, 2차 시기 평균 15.691점을 획득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은메달은 러시아의 데니스 아블랴진(15.516점), 동메달은 일본의 시라이 겐조(15.449점)에게 돌아갔다.
2014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했던 리세광은 양학선이 아킬레스건 수술로 빠진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또 한 번 세계 최고임을 확인했다.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금빛 착지’로 북한에 두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북한으로선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 안마의 배길수에 이어 올림픽 체조 남자부에서 따낸 역대 두번째 금메달이다.
리세광이 16일 오전(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체조 도마 남자개인 결승에서 금메달을 딴 뒤 인민공화국기를 들고 포즈를 잡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리세광은 예선을 1위로 통과했고, 결선 1차 시기에서 난도 6.4의 ‘드러굴레스쿠 파이크’(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몸을 접어 두 바퀴 돌고 반 바퀴 비틀기)를 시도했다. 착지 뒤 한 발이 뒤로 빠지긴 했으나 비교적 안정적인 착지로 15.616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독보적인 기술인 ‘리세광’(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몸을 굽혀 두 바퀴 돌며 한 바퀴 비틀기)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북한의 장웅(78)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시상자로 나서 리세광에게 직접 금메달을 걸어줬다. 리세광은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해서는 “그것까지는 생각 못 해봤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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