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의 루스 제벳이 15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육상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케냐 출신의 육상선수 루스 제벳(20)이 바레인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기면서 귀화선수 논쟁이 일고 있다.
제벳은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3000m 장애물 결승에서 8분59초75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기록(8분58초81)과도 불과 0.94초 차였다. 제벳은 고국인 케냐의 하이빈 옙케모이(9분7초12·은메달) 등을 시종일관 앞서며 큰 차이로 승리했다. 제벳은 “기록 경신이 가능했겠지만 아무도 내게 기록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오직 금메달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바레인은 제벳의 우승에 힘입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이후 32년 만에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제벳이 케냐 출신이라는 점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1996년생인 제벳은 2013년 케냐 고교선수권에서 3000m와 5000m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제벳의 가능성을 본 바레인은 귀화를 추진했고, 제벳은 이듬해인 2014년부터 바레인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바레인은 15일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도 케냐 출신인 유니스 키르와(32) 덕에 올림픽 사상 첫 은메달을 따냈다.
<에이피> 통신에 따르면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 육상 선수 가운데 85명이 국적을 변경해 출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레인 소속만 12명이다. 바레인과 함께 다국적 선수단으로 유명한 카타르 역시 육상을 포함해 전체 39명의 선수 중 23명이 귀화선수로 구성돼 있지만 16일 현재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최근 육상을 중심으로 귀화선수가 크게 늘어나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규정 보완에 나서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국적 취득 이후 1년이 지나면 새 국적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에이피> 통신은 16일 “국제육상연맹이 국적 변경과 관련한 규정을 좀 더 엄격하게 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제육상연맹 지도부는 리우올림픽 기간 동안 이 문제를 논의해왔으며 토요일 회의에도 안건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적 변경은 선수들에게는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제벳은 “케냐에는 너무 많은 선수가 있다. 바레인은 내게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케냐 출신인 루스 제벳이 15일(현지시각)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3000m 장애물 경기에서 우승한 뒤 중동식으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P 연합뉴스
남자 100m에 출전한 자메이카 출신 앤드루 피셔(바레인)는 “선수라면 더 높은 레벨에서 경쟁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자메이카에서는 대표팀에 뽑히기 어려웠기 때문에 내 자신의 야망을 위해 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셔는 100m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금전적인 이유로 국적을 옮긴 선수들도 있다. 카타르의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14명의 선수 중 11명이 귀화선수이며 이들 대부분은 유럽 출신이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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