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오르 사손(왼쪽)이 지난 12일(현지시각) 2016 리우올림픽 유도 남자 100㎏ 이상급 32강전에서 승리한 뒤 이집트의 이슬람 세하비에게 악수를 청하다 거절당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AFP 연합뉴스
노 리스펙트(존중심 없음)엔 레드카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유도 100㎏ 이상급 32강전 패배 이후 악수를 거부한 이슬람 셰하비를 본국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한국시각) 밝혔다. 셰하비는 13일 32강전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의 오리 사손이 경기 뒤 악수를 청하자 극구 거부했다. 심판이 셰하비를 다시 매트로 불러들여 인사를 하게 시켰지만 고개만 까딱인 뒤 퇴장했고 관중은 야유를 보냈다. 아이오시는 셰하비의 행동이 올림픽 정신을 위배했다고 보고 엄중 경고했고, 이집트올림픽위원회는 대응 조처로 셰하비를 귀국시켰다.
올림픽 최고의 가치인 정정당당한 플레이는 승패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상대 선수, 경쟁의 규칙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몸을 갖고 있어도 스포츠는 성립하지 않는다.
팀 코리아의 위상도 14일 밤 김현우가 출전한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급 16강전에서 급락했다. 한국의 코치진은 김현우가 종료 3초 전 성공시킨 가로들기 기술에 심판이 2점만을 주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판독 뒤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자 매트 위로 올라와 강하게 따졌다.
안한봉 감독이 14일(현지시각)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75㎏급 16강전 막판 김현우의 기술에 2점을 준 심판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올림픽 레슬링 규정에는 코치진은 선수의 부상 등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매트 위로 올라올 수 없도록 돼 있다. 안한봉 감독과 코치는 이런 규칙에 아랑곳 않고 매트로 올라왔고, 특히 안 감독은 심판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억울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애원하고 떼쓰는 듯한 이런 항의는 국제 무대에서 통할 수 없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그것이 4점인지 2점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항의할 때도 격을 갖춰야 한다. 심판진 앞에서 무릎을 꿇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이 오심에 무게를 두고 보도를 하면서 애국주의 관점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과 스위스의 조별리그 3차전 중계 뒤 “스위스의 두번째 골은 오프사이드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축구팬들의 반발로 해설위원직에서 하차한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스포츠에서 오심이 나오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그것은 스포츠 경기 과정의 하나다. 그것을 부정하고 심판진을 부정하면 스포츠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스위스와의 경기 장면 리플레이를 보면 상대팀의 패스는 우리 선수의 발을 맞은 뒤 알렉산더 프라이한테 갔다. 부심이 깃발을 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부심의 판단을 제치고 경기를 진행시킨 주심이 제3국의 축구팬이나 국제 축구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현우의 논란도 비슷하다. 레슬링계의 한 심판은 “던지면서 등이 닿고 넘어지면 4점이다. 그런데 상대 선수인 러시아의 로만 블라소프는 상체 옆구리로 떨어졌다. 정확하게 보면 2점”이라고 했다. 4점으로 보는 판정이 나올 수도 있지만 2점이라도 크게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오심이라며 세계레슬링연맹에 제소하겠다고 성급하게 나섰던 대한민국 선수단도 뻘쭘하게 됐다.
페어플레이와 판정 승복, 선의의 경쟁 등에 대한 팬들의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0m 달리기 결선에서 미국의 저스틴 개틀린이 출장할 때 그의 도핑 전력 때문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나온 것이 한 예다. 또 한국과 온두라스의 올림픽 축구 8강전 막판에 나온 ‘침대축구’를 보고 브라질 관중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것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그대로 전파되면서 상업주의로 우편향된 아이오시도 올림픽 정신의 회복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신문선 교수는 “국제축구에서는 오래전부터 리스펙트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경기가 끝나면 승패와 상관없이 악수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오심은 없으면 최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오심의 피해를 볼 때도 이익을 볼 때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여유를 가져야 애국주의적 보도 편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