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김해란·김연경(왼쪽부터) 등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이 16일 오전(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배구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여자배구의 40년 만에 올림픽 메달 꿈이 좌절됐다.
한국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8강전에서 김연경(터키 페네르바체)이 27점을 올리는 투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대표팀에 세트점수 1-3(19:25/14:25/25:23/20-25)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초반 서브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며 네덜란드에 허무하게 1, 2세트를 내준 것이 패인이었다. 수비가 불안하면서 한국팀 특유의 장점을 살릴 수 없었다. 반면 네덜란드는 어제까지 우리가 알던 그 팀이 아니었다. 조별 예선을 거치며 자신감과 컨디션이 최고조에 오른 네덜란드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한국이 올해 들어 네덜란드전에서 얻은 2승1패의 우위는 오히려 독이 됐다.
한국은 공격이 단조로웠다. 김연경의 오픈공격과 잦은 연타에 의존하면서 네덜란드의 수비에 번번히 막혔다. 1세트 중반부터 레프트 이재영(흥국생명)이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라이트 김희진(IBK기업은행)은 물론 센터 양효진(현대건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어이없는 서브리시브가 잦았다. 네덜란드는 주포 슬뢰체스를 앞세워 오픈과 백어택, 이동공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한국을 공략했다.
한국은 3세트 들어 서브 리시브가 살아나며 네덜란드를 25-23으로 잡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 그러나 4세트에서 초반 3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고비마다 김연경의 득점이 성공하며 역전을 노리던 한국은 11-14에서 3연속 범실로 점수차가 벌어진 뒤에는 좀처럼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이정철 대표팀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너무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경직됐다. 과도한 불안 탓인지 1세트부터 서브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패턴 플레이를 전혀 만들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경기가 안 풀렸다”며 "네덜란드 선수들이 잘했고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못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우리가 네덜란드를 잘 알듯이 네덜란드도 우리를 많이 알았던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당황한 면도 있고, 중간중간 고비를 잘 못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