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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을 따고도 “죄송”…왜 그런가 했더니

등록 2016-08-24 17:54수정 2016-08-24 22:16

금메달은 앞줄, 노메달은 맨 뒷줄
메달 색깔대로 줄세워
‘2016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이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려 참석한 임원진과 선수단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인천공항/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016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이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려 참석한 임원진과 선수단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인천공항/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첫째 줄은 금메달, 둘째 줄은 은·동메달, 셋째 줄은 노메달.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단 해단식의 자리 배치다.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는 첫째 줄, 은메달을 목에 건 김종현은 둘째 줄에 앉았다. 펜싱도 금메달 박상영은 첫째 줄, 동메달 김정환은 둘째 줄에 있었다. 투혼으로 동메달을 딴 레슬링의 김현우, 역도의 윤진희 역시 둘째 줄에 위치했고, 메달을 못 딴 카누와 다이빙, 근대5종 선수들은 셋째 줄이나 넷째 줄에 앉아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예외는 리듬체조 개인종합 4위를 했던 손연재로 둘째 줄에 앉았다. 메달색으로 자리를 배치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해단식에서 보여진 모습을 고려하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해단식의 첫 순서는 선수단 총감독인 최종삼 현 태릉선수촌장의 성적 보고였다. 최 총감독은 양궁, 사격, 태권도, 펜싱, 골프 등 금메달을 딴 종목들의 성과를 강조하더니, 이어서 반성의 목록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는 “배드민턴, 유도, 복싱 등 전통적 효자종목, 육상과 수영 등 기초체육 종목, 축구와 배구, 하키, 핸드볼 등 구기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영중 대한체육회장의 발언도 비슷했다. 그는 메달 성과에 대해 축하하고선 “달콤한 승리에 만족하지 말고, 아쉬운 패배를 거울삼아 더 큰 목표를 향해 정진합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체육인들께서는 더욱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올림픽에서 표출된 민심을 읽은 듯했다. “국민들이 기대한 것은 메달만이 아니었습니다. 불굴의 정신과 투혼에 환호했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해단식에 뒤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메달지상주의는 여전했다. 기자들의 질문부터가 ‘메달’이었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겐 4년 뒤 도쿄올림픽에도 메달에 도전할 것이냐고 묻고,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겐 “아쉽지 않으냐”고 물었다. 고국 땅을 밟자마자 “차기 올림픽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답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특히 손연재에겐 “메달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의 마지막 질문은 일본에 크게 뒤진 이번 올림픽 성적을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였다. 최종삼 총감독은 일본은 과거 생활체육 중심으로 체육 행정의 방향을 잡았지만, 올림픽 성적이 잘 나오지 않자 2020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방향을 엘리트 스포츠 강화로 바꿔 선수를 양성했고, 한국은 그에 반해 엘리트 스포츠 선수층이 더 얇아졌다는 원인 분석을 내놓은 뒤 의미있는 말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은퇴 이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 그래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학점을 이수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고 3년여간 노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옆에 한체대 총장님이 계신데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주리라 믿고 있다”며 “가능하겠죠?”라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김성조 한체대 총장은 갑작스런 질문에 “노력해보겠다”고 화답했다. 태릉선수촌장인 최 총감독은 평생 운동에만 매진한 선수들의 진로와 자립 문제를 거론한 것이었다.

이날 해단식에 불참한 체조선수 이은주(17)는 북한의 체조선수 홍은정(27)과 찍은 셀카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를 “위대한 몸짓”(great gesture)이라고 높게 평가했고, 미국의 정치학자 이언 브레머는 “이것이 우리가 올림픽을 하는 이유”라고 꼽았다. 하지만 이은주가 해단식에 참석했다면, 그의 자리는 셋째 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영종도/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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