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프로야구 연습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스포츠 시대. 과연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투수 클레이튼 커쇼(32)는 최근 ‘엘에이(LA) 타임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구상 중인 ‘애리조나 계획’을 반대했다. 애리조나 계획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수와 관계자들이 약 5달 동안 미국 애리조나의 야구장, 호텔에 머물며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는 방안이다. 커쇼는 “우리는 모두 야구가 하고 싶다. 하지만 가족 없이 4∼5달 동안 격리 생활은 어렵다. 무관중 리그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내셔널스 내야수 라이언 짐머맨(36)도 22일(한국시각) 외신에서 “팬 없이 경기하는 건 잔인하다. 상상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야구가 빨리 돌아오려면 무관중 경기여야 할 것”이라면서도 “팬들의 함성 소리야말로 내가 경기를 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우리가 스포츠만 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걸 잊는다”고도 덧붙였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AP 연합뉴스
세계적 골프 선수들 가운데서도 무관중 경기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남자 골프 세계 3위 브룩스 켑카(30)는 “선수들은 대회장에서 팬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덕분에 살아간다. 하지만 무관중 경기에서는 그런 힘이 나지 않을 것 같다”라며 무관중 경기에 반대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6월11일부터 무관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남자골프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31)도 유럽과 미국 간 골프 대항전인 라이더컵을 무관중으로 치른다는 계획에 반대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22일 “매킬로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중이 없는 라이더컵은 라이더컵이 아니다. 차라리 내년으로 연기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2년 마다 열리는 라이더컵은 올해 9월25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앞서 대회 주관단체인 미국프로골프협회 쪽은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르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인 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21일 인천 에스케이(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연습경기 에스케이 와이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에스케이 선발투수 박종훈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5일 개막 예정인 한국 프로야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초반에 무관중으로 치르다가 상황을 봐서 관중의 입장을 허가할 계획이다. 물론 이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좌석간 거리두기는 기본이다. 또 선수들을 한 곳에 몰아서 하지 않고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한다.
그럼에도 관중 없는 경기가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1일 첫 연습경기를 치른 에스케이(SK) 와이번스의 제이미 로맥(35)은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고도 “팬들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투수가 된 박종훈(29)도 “하루빨리 팬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고, 홈런 1개를 터뜨린 같은 팀의 윤석민(35) 역시 “음악을 틀어주니 청백전보다는 나았지만 굉장히 썰렁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