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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스포츠 읽기] 일상에서 사라진 겨울패럴림픽

등록 2022-03-09 18:09수정 2022-03-10 05:07

휠체어컬링 대표팀 ‘팀 장윤정고백'의 정성훈이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휠체어컬링 대표팀 ‘팀 장윤정고백'의 정성훈이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 투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미국 연수 때 아이들과 놀이공원을 몇 번 갔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기 놀이기구는 줄이 꽤 길었고 롤러코스터의 경우 최소 1시간 이상 기다려야만 했다. 당시 경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였다.

장애인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3~4층 높이에 위치한 출발대로 올라와 대기 없이 곧바로 기구를 탔다. 하반신 마비의 척수 장애인의 경우 여러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내려 기구에 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도 이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특이하고 불편한 상황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생활에 스며든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 스포츠를 여러 해 취재하면서 그때를 떠올리며 ‘보통의 일상’에 대해 생각하고는 했다.

선천적, 후천적 장애를 안은 대부분의 선수는 지인의 소개로 맞춤형 스포츠를 접했다. 초반에 거부감은 물론 있었지만 점차 달라졌다. 스포츠는 절망의 터널에 갇혀 있던 그들을 바깥 세계로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고는 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은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이 이를 더욱 가속했다.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스노보드 대표로 출전한 이제혁(25)이 그랬다. 비장애인 보드크로스 선수였다가 부상 탓에 장애(왼발목 근육, 인대 손실)가 생긴 이제혁은 장애인스노보드 입문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 하지만 “평창 때 장애인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로 가득한 현장을 보고 가슴이 벅차올라” 다시 스노보드를 탔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정성훈(44)은 평창 대회를 보고 “나도 저 자리에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베이징에서 기어이 꿈을 이뤘다. 장애인 스포츠 경기에 대한 직간접적 ‘스킨십’이 불러온 변화라고 하겠다.

시각적 경험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지상파 중계는 여전히 아쉽다. 그저 의무적으로 낮 시간대에 잠깐 방송을 하다가 만다. 2020 도쿄패럴림픽 때도 비슷했다. 베이징 대회는 대통령 선거 기간,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맞물려 더 묻힌 경향이 있다. 그래도, 한 달 전 온갖 감정을 토해내며 겨울올림픽을 중계했던 방송사가 겨울패럴림픽 때는 침묵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올림픽 선수든, 패럴림픽 선수든 국가대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장애인 스포츠’에서 ‘장애인’에만 방점을 찍는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상의 속살은 특정 환경에서 드러난다. 패럴림픽 지상파 중계 횟수 등을 보면 한국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담긴 것 같다. 장애/비장애의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장애인을 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보통의 일상’은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인가 싶어 자못 씁쓸해진다.

스포츠 팀장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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