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현지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한국과 우루과이 경기가 끝난 뒤 에딘손 카바니(오른쪽)가 손흥민과 인사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지난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안와 골절을 당했을 때 의사인 지인에게 그의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물었다. 지인의 답은 “어느 정도 부상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통은 8주 안정이 필요하다”였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경기에 뛸 수는 있겠지만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 부위가 다시 깨지기 쉽고 스스로 두려운 마음이 들 것이라 제대로 플레이가 될까 싶네요. 일반 환자의 경우는 뛰는 게 절대 금기의 상황이에요.”
하지만 손흥민은 3주 만에 실전을 뛰었다. 지난 24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우루과이전이 그 무대였다. 몸 상태 때문에 후반전 교체 투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그는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주전으로 나서 ‘캡틴’의 건재를 알렸다. 손흥민의 선발, 후반 교체 출전 여부에 따라 상대 팀에 주는 압박의 무게감은 180도 달라진다. 손흥민은 선발로 뛰어야만 했다.
손흥민은 이날 추가시간까지 다 합해 98분동안 그라운드 위에서 사투를 벌였다. 피파(FIFA)랭킹 14위 팀과 대등하게 경기(0-0 무승부)를 끝낸 뒤에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드릴 테니 응원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장의 무게감이 그대로 전달되는 한 마디였다. 그리고, 그의 왼쪽 눈은 경기 전보다 더 부어 있었다.
손흥민을 보면서 고 최동원이 생각나기도 했다. 최동원은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1, 3, 5, 6, 7차전에 내리 등판했다. 열흘 동안 선발 4차례, 구원 1차례 마운드에 올라 40이닝을 소화하며 총 610개의 공을 던졌다. 엄청난 혹사였지만, 당시 롯데 투수진에는 최동원밖에 믿을 선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당시 롯데 감독이 “여기까지 왔는데 우야겠노”라며 최동원에게 부탁했을까. 프로야구 한 시즌을 마감하는 최고, 최후의 무대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있는 힘껏 던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4승을 혼자서 다 책임지면서 롯데의 팀 창단 첫 우승에 디딤돌을 놨다. 한국시리즈 직후 그가 말한 소원은 “그냥 자고 싶어요”였다.
우루과이전이 끝난 직후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는 손흥민과 인사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측면 시야 확보가 어려운 마스크를 내내 쓰고, 추가 부상에 대한 마음 속 불안감과 싸웠을 그를 향한 존중과 존경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토트넘 동료이기도 한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오랫동안 포옹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날 경기를 지켜본 모든 한국인이 손흥민을 토닥여 주고 싶지 않았을까.
사상 최초의 겨울월드컵 여정에서 한국 대표팀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지를 받아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캡틴, 손흥민을 향한 부채는 잊지 말자. 그는 축구 인생을 넘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금 격렬하고도 처절하게 싸우고 있으니까.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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