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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생 동갑 ‘남남북녀’ 유도 다크호스, 값진 은메달

등록 2023-09-25 21:33수정 2023-09-26 09:36

항저우AG 남자 이준환 81㎏
북한의 ‘괴물’ 문성희도 2위
이준환(왼쪽)과 북한 문성희가 25일 저녁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유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준환(왼쪽)과 북한 문성희가 25일 저녁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유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남북의 2002년생 동갑내기 ‘괴물 신인’이 정상 문턱에서 멈췄다.

한국의 차세대 간판 이준환(21·용인대)은 25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유도 남자부 81㎏ 결승에서 타지키스탄의 소몬 마흐마드베코프에게 절반패를 당해 2위를 차지했다. 곧이어 열린 여자부 71㎏ 결승에서는 북한의 에이스 문성희(21)가 일본의 다나카 시호에게 무너졌다.

둘은 모두 최근 두각을 드러낸 남북 남녀 유도의 다크호스로 아시안게임에 처음 출전했다. 특히 지칠 줄 모르는 투혼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준환은 이날 결승전 초중반 상대 하체를 노리는 기술에 들어갔으나, 마흐마드베코프가 업어치기 되치기로 반격하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이준환은 경기 뒤 “상대가 알아도 내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는데 안 됐다.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준환은 지난해 초 대표선발전을 통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기대주다. 지난해와 올해 2020 도쿄올림픽 우승자인 나가세 다카노리를 연거푸 꺾으면서 유도계의 스타로 떴다.

신세대 선수답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쉴 때는 발라드 음악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등 격투기 선수답지 않은 면모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도 중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 관중에게 나를 알리고 싶었다. 중국어는 어려서 배웠고 아직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배의 아픔이 크지만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년) 파리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린 계기가 됐다. 한국 가서 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환은 4강전에서 일본의 유망주 오이노 유헤이(22)와 연장까지 10분여간의 경기를 펼치면서 피로가 가중된 듯했다. 그는 “체력과 근력은 많이 올라왔다. 그래서 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준비해야 한다. 또 다른 나라 선수들의 변칙 공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연습 방법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문성희는 이날 16강에서 한국의 한희주(KH필룩스)를 따돌렸고, 8강과 4강에서도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선수를 물리치며 파죽지세를 보였지만 막판 멈췄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문성희는 체력, 근력, 신체조건, 정신력이 좋다. 유도를 시작한 지 오래된 것 같지 않고 경기운영 능력의 한계가 있지만 워낙 좋은 재능을 가졌다”고 평했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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