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욱(왼쪽)과 구본길이 25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을 마친 뒤 서로 격려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정환·구본길·김준호·오상욱.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때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에서 금메달을 합작해내며 포효했던 ‘펜싱 F4’다.
이들 중 둘째와 막내가 25일 중국 항저우에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다. 금이냐, 은이냐의 갈림길.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도 장소만 달랐을 뿐 둘은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당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은 15-14, 1점 차로 승리해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개인전 3회 연속 금메달을 품었다. 하지만 입대 문제가 있던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이 마음에 걸려 이기고도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이후 단체전에서는 둘이 같이 힘내서 금메달을 따내 마음의 짐을 덜었다.
항저우 전자대학체육관에서 5년 전처럼 마주 선 오상욱(26)과 구본길(34). 1라운드에서는 1점 차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하다가 오상욱이 먼저 8점(8-7)에 도달했다. 자신감을 얻은 오상욱은 큰 키(1m92)에도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내리 7점을 뽑아내며 승리(15-7)를 거머쥐었다. 대회 전에 “2018년 개인전 결승 경기에서 아쉽게 져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며 각오를 밝혔던 그였다. 오상욱은 경기 뒤 5년 전 아쉬움을 털어낸 듯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
구본길은 ‘펜싱 F4’ 막내인 오상욱에게 막히며 아시안게임 4연패에 실패했다. 하지만 역대 아시안게임 펜싱 사상 3연패를 거뒀던 이도 구본길뿐이다. 그만큼 힘든 길이다. 그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 박태환(수영), 서정균(승마), 양창훈(양궁), 남현희(펜싱), 류서연(볼링)에 이어 아시안게임 국내 선수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6개)을 세울 수 있었다.
비록 개인전에서는 금메달 ‘6개’를 채우지 못했으나 단체전이 아직 남아 있다. 이번에는 오상욱이 구본길의 금메달 수를 채워줄 차례다. 오상욱과 구본길은 김정환(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화성시청)와 합체해 2년 전 도쿄에서처럼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던 2010년에는 안방 이점을 활용한 중국의 견제 속에 은메달을 땄다. 44-45로 아깝게 졌다. 이번에도 중국이 가장 경계의 대상이다. 단체전은 28일 열린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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