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 세대의 금빛 질주. 한국 수영 대표팀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남자 수영 대표팀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계영 800m(4×200m) 결선에서 7분1초73을 기록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남자 계영 역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다. 아시아 신기록이기도 하다.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한국 수영은 황선우와 김우민(강원도청) 등을 필두로 르네상스를 맞았다. 이른바 ‘박태환 키즈’들이었다.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남자 계영 800m는 한국 신기록을 하루에 두번이나 새로 쓰는 등 기세가 좋았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 중국은 수영에서 그야말로 극강이었다. 수영 첫날 열린 7개 종목에서 금메달 7개와 은메달 4개를 휩쓸었다. 둘째 날도 7개 종목 가운데 금메달 4개를 포함해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땄다. 더욱이 중국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까지 가세했다.
양재훈, 이호준, 김우민, 황선우가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800m 계영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균열은 앞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부터 생겼다. 지유찬(대구시청)이 깜짝 금메달을 선물하며 9개째 이어지고 있던 중국의 금빛 행진을 멈췄기 때문이다. 지유찬은 “제가 좋은 스타트를 끊었으니 형들이 출전하는 계영까지 금메달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계영 대표팀은 그 기대를 이어받아 수영에 대한 대륙의 자부심을 조각냈다. 이날 전체 1위로 예선을 통과한 한국은 4번 레인을 차지했고, 양재훈을 첫 주자로 내세웠다. 그간 첫 주자는 황선우가 계속 맡았지만, 결선을 맞아 파격적인 변수를 뒀다. 레이스 초반보다는 중후반에 무게를 둔 전략이었다.
노림수는 제대로 먹혔다. 양재훈은 경기 초반 3위 정도에 머물렀다. 막판에는 2위까지 순위를 올리며 차례를 넘겼다. 이어서 이호준은 중국과 접전 끝에 300m 구간에서 1위로 올라섰다. 세번째 주자로 나선 김우민은 거센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며 600m 구간을 5분16초69에 마쳤다.
중국과 차이가 2초까지 벌어진 상황. 에이스 황선우가 등장했다. 황선우는 폭발적인 속도로 중국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관중들의 목소리는 계속 커졌지만, 그럴수록 한국과 중국의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한국은 7분1초73을 기록해 중국(7분3초40)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왼쪽부터)이 2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아쿠아틱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800m 계영 결승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이날 경기 뒤 황선우는 “아시아 신기록과 함께 금메달을 얻어서 너무 기쁘다. 남은 대회 이 기세를 몰아서 달려보겠다”고 했다. 이호준은 “첫날부터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 힘들었는데 (지)유찬이가 시작을 잘 끊고 저희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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