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황선우를 비롯한 한국 수영 국가대표 선수들이 김우민을 응원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수영에 황금기가 찾아왔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24∼29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에서 무려 메달 22개를 따냈다. 세부적으로 보면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동메달 10개를 목에 걸었다. 금메달 숫자로 보나 총 매달 개수로 보나 역대 최고 성적이다. 그야말로 ‘황금 세대’의 출현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대표팀 ‘투톱’으로 볼 수 있는 황선우(20)와 김우민(22·강원도청)이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데, 첫 대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황선우는 항저우에서 메달 6개(금2·은2·동2)를 목에 걸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에서 각각 7개를 목에 건 박태환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시아에서 정상급 실력이라는 점을 확실히 입증했다.
‘뉴 마린보이’ 김우민은 첫 아시안게임부터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우민은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800m, 자유형 4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한국 수영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은 최윤희(1982년 뉴델리), 박태환(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다. 김우민은 자유형 1500m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앞으로 장거리 실력을 더 키우면 다음 대회에서는 4관왕 도전도 가능하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혼성 계영 400m 한국 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황선우, 김서영, 최동열, 이은지.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한 김우민. 항저우/연합뉴스
그간 한국 수영은 박태환처럼 특출난 1∼2명의 선수가 활약을 보여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대표팀에서 골고루 메달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남자 자유형 50m에서 이번 대회 한국 수영에 첫 금메달을 안긴 지유찬(21·대구시청)이나 남자 접영 50m에서 깜짝 금메달을 선물한 백인철(23·부산시 중구청)이 대표적이다. 여자 배영 선수로서 이례적으로 메달 5개(은메달 1개·동메달 4개)를 쓸어담은 이은지(17·방산고)의 활약도 눈에 띈다.
어떻게 이런 황금 세대가 탄생했을까? 먼저 이들은 2000년대 중후반과 2010년대 초반 맹활약한 박태환의 영향을 받았다. 이른바 ‘박태환 키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 기초종목을 강화하기 위한 대한체육회의 투자와 올해초 국외 전지훈련을 2차례 지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수영연맹의 노력 등이 더해져 황금 세대가 등장했다.
더욱이 이들은 체격도 좋다. 이전까지 박태환(184㎝)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한국 수영은 키가 170㎝대였다. 하지만 황선우(187㎝)와 김우민(182㎝) 등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양재훈(25·강원도청·190㎝)과 이호준(22·대구시청·184㎝) 등은 대부분 180㎝가 넘는다. 전체적으로 전력이 강해진 이유다.
수영 대표팀의 팀워크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개인 종목이 주를 이루는 데도 선수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국제대회 출전 등이 불가능했던 시절 함께 어려움을 겪으며 훈련했던 선수들이 서로 똘똘 뭉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메달 5개를 차지한 이은지.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간 수영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일본을 제친 것은 상징적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금메달 19개를 목에 걸며 중국과 호각을 다퉜던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은메달 10개·동메달 15개에 그쳤다. 총 메달은 일본(30개)이 한국(22개)보다 많지만, 금메달 숫자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이번 대회는 한국 만큼이나 중국 수영의 약진도 눈에 띈다. 김우민은 3관왕을 작성한 29일 “세계대회와 다를 바 없이 아시안게임에도 워낙 강한 중국팀이 있고, 일본이 조금 부진했지만 워낙 시스템도 잘 돼 있는 나라라서 충분히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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