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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2개 목에 걸고도 참을 수 없었던 ‘철인의 눈물’

등록 2023-10-03 13:20수정 2023-10-03 14:36

남자 카약 4인승 500m 은메달
도쿄올림픽 출전 당시 조광희.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출전 당시 조광희. 연합뉴스

강철 같은 어깨, 듬직한 팔. 지나가듯 슬쩍 봐도 확연히 드러나는 고된 훈련의 흔적. 카누 불모지 한국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2번 연속 안겼던 그는 이번 대회 두 번째 은메달을 목에 걸고 끝내 흐느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한계 속에 꿋꿋하게 약 15년 동안 노를 저어온 ‘철인’의 눈물이었다.

한국 카누 간판 조광희(29·울산시청)는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4인승 500m 결승에서 1분25초006을 기록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 중국(1분23초859)과 차이는 겨우 1.147초 차이. 그는 경기 소감을 묻자 “진짜 많이 준비했고…”라는 말을 끝으로 더는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 카누 대표팀 정주환(왼쪽부터), 조현희, 조광희, 장상원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4인승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한국 카누 대표팀 정주환(왼쪽부터), 조현희, 조광희, 장상원이 3일 중국 항저우 푸양 수상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누 스프린트 남자 카약 4인승 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조광희는 이날 은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하며 아시안게임 3연패에 실패했다.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남자 카약 개인전 200m 금메달을 잇달아 땄던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 종목인 개인전 200m가 사라졌다. 조광희는 2020 도쿄올림픽 때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으나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당시 0.160초 차이로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아쉽다”면서도 단단한 미소를 잃지 않던 그였다.

흐느끼는 조광희를 대신해 함께 출전한 장상원(30·인천시청)이 말을 이어갔다. 2일 남자 카약 2인승 500m에서도 조광희와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던 그는 “많이 준비했는데 어제나 오늘이나 너무 많이 아쉽다”라며 “솔직히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장상원은 “저희가 조금만 더 일찍 훈련도 많이 맞추고 시간도 많이 주어지고 여건만 조금만 더 괜찮았다면 (중국을) 충분히 이겼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고 했다.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을까. 장상원은 “저희는 보트만 해도 렌트(빌린) 보트다. 한국에서 훈련한 것과 아무리 똑같은 보트라고 해도 느낌 자체가 다르다”라며 “다른 나라는 배를 가지고 오고 시합용 배가 따로 있는데, 저희는 대표팀 보트도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K-2(2인승)와 K-4(4인승) 보트가 없어서 다른 (실업)팀에 구걸하듯 빌리고 다녀야 했다”고 돌아봤다.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에도 항상 같은 배를 타고 다니는 중국”에 내준 금메달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장상원은 함께 4인승 500m에서 은메달을 일군 조현희(26·울산시청)와 정주환(25·국민체육진흥공단)을 가리키며 “저희 나름대로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우리 두 동생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네 선수는 사진을 요청하자 서로를 격려하며 어깨를 걸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을 향해 다가와 “잘했다. 고생했다”라며 위로를 건넸다.

한편 이날 최란(28), 이하린(29), 이한솔(19·이상 부여군청), 조신영(25·대전시체육회)은 여자 카약 4인승 500m에서 1분42초870을 기록해 역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는 중국(1분39초96). 이로써 한국은 카누 스프린트에서 은메달 3개를 확보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5일부터는 카누 슬랄롬 경기가 열린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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