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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록의 언니’ 전지희, 띠동갑 신유빈 이끌며 12년 만의 ‘코리안 드림’

등록 2023-10-03 13:51수정 2023-10-04 02:42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중국 항저우 궁수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중국 항저우 궁수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을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유빈이가 있어 힘이 된다.”(전지희)

“언니가 있어 행복하다.”(신유빈)

환상의 띠동갑 단짝인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와 신유빈(19·대한항공)은 마치 자매 같다. 지난 2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탁구 여자복식에서 한국에 21년 만의 금메달을 안긴 뒤에도 끈끈한 정을 과시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전지희)나 “언니 덕분에 금메달 땄다”(신유빈)라는 말에는 ‘친언니, 친동생’ 이상의 유대감이 있다.

정서적 결합만이 전부가 아니다. 왼손잡이(전지희)와 오른손잡이(신유빈)의 조합, 관록(전지희)과 패기(신유빈)의 조화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 어린 신유빈이 자칫 흔들릴 수 있을 때, 멘털리티를 잡아주는 것은 노련한 전지희의 몫이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전지희 신유빈이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와 키아라 미유 짝을 향해 서브를 넣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전지희 신유빈이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하리모토 미와와 키아라 미유 짝을 향해 서브를 넣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최대 고비는 4강전 일본과 대결이었다. 첫 게임 막판 하리모토 미와가 꼼짝할 수 없는 바나나 플릭(백핸드로 강한 회전을 주어 넘기는 기술)으로 마감하자, 전지희는 이후 똑같은 기술로 상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런 기 싸움은 심리전에 가깝다.

전지희는 위기의 순간마다 경험과 기술로 탈출구를 열어주면서, 신유빈이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게 보이지 않는 리더 구실을 했다. 경기가 안 풀리면 “유빈에게 미안하다”며 자신을 책망하는데, 이것 역시 신유빈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그의 성실성과 승부욕은 유명하다. 2011년 귀화와 포스코 입단을 도왔던 김형석 전 감독은 “2008년께 일주일간의 국내 테스트 때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한 그의 정신력에 놀랐다”고 했다.

이후 기존의 귀화 선수들을 추월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동메달(2개) 획득 등으로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간판으로 부상했다.

중국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것 역시 탁구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신유빈과의 복식 구성은 올림픽 메달을 향한 전략적 선택이다. 2021년 초 도하 아시아탁구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을 시작으로 급부상한 둘은 현재 세계 1위다.

하지만 늘 꽃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난해 11년간의 포스코 생활을 정리하고 소속팀이 없을 때다.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그를 미래에셋증권으로 영입하면서 이렇게 물었다. “너 욕심 있어?” 이 말에 전지희는 “있다. 올림픽 메달 꼭 갖고 싶다”라고 답했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을 이긴 뒤 북한 코치진과 인사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을 이긴 뒤 북한 코치진과 인사하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몸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앞만 보고 달렸고, 올해 5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복식에서 신유빈과 함께 은메달을 따내면서 확실하게 자신감을 얻었다. 둘의 결합은 단발성도 아니다. 아시안게임 정상 등극은 불꽃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

올림픽 종목은 남녀 단식, 남녀 단체, 혼합복식 등 5개이지만 단체전 1게임이 복식 대결이어서 둘의 조합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무릎이 좋지 않지만,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고 회복도 빨라 문제는 안 된다는 평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조를 피하는 행운(?)이 따랐지만, 앞으로는 어떤 중국팀과 만나도 대등한 경기를 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에 승리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지희와 신유빈이 2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탁구 복식 결승전에서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짝에 승리한 뒤 태극기를 들고 있다. 항저우/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한국과 중국 양쪽서 많은 팬을 확보한 전지희는 금메달 확정 뒤 “중국에서는 순위에 오르기 힘들었지만, 10여년 전 한국에 귀화한 뒤 제2의 인생을 열었다”며 행복해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만간 올림픽 메달을 향한 새로운 도전 모드로 들어갈 것 같다.

항저우/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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