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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와 태도, 온유하면서도 뜨거울수 있을까

등록 2023-04-10 18:47수정 2023-04-10 18:52

김기석 목사 ‘말씀 등불 밝히고’ 북콘서트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말씀 등불 밝히고> 북콘서트장. 사진 왼쪽부터 홍순관 가수, 나희덕 시인, 김기석 목사, 김민웅 전교수, 오강남 명예교수, 김용교 교수, 김학철 교수. 조현 종교전문기자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말씀 등불 밝히고> 북콘서트장. 사진 왼쪽부터 홍순관 가수, 나희덕 시인, 김기석 목사, 김민웅 전교수, 오강남 명예교수, 김용교 교수, 김학철 교수. 조현 종교전문기자

9일 부활절. 서울 용산구 청파동 청파감리교회 허름한 2층 예배당에 대한성서공회 총무를 지낸 민영진 전 연세대 교수, 저명한 종교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강남 교수, 김응교(숙명여대)·김학철(연세대) 교수, 나희덕 시인 등 저명인사들이 한 자리에 출동했다. 청파감리교회 담임 김기석 목사의 설교집인 <말씀 등불 밝히고>(꽃자리 펴냄) 북콘서트에 온 ‘이야기 손님들’이었다. 북콘서트장엔 무려 500여명의 청중들로 빼곡했다. 청중의 절반 이상은 다른 교회에 다니는 크리스천, 혹은 이웃종교인이나 무종교인이었다. 기독교방송 잘잘법(잘먹고살사는법)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개신교계 최고의 설교가로 떠오른 김 목사가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한번이라도 직접 보고 싶은 바람을 가진 청중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담임목사가 9일 &lt;말씀 등불 밝히고&gt; 북콘서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기석 청파감리교회 담임목사가 9일 <말씀 등불 밝히고> 북콘서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코로나’로 인해 대면예배가 줄면서 대부분의 교회가 신자수 감소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청파감리교회는 반대로 최대의 코로나 수혜를 입은 교회다. 대면 예배에 나가지못한 크리스찬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설교를 들으면서 김 목사의 설교는 전세계의 한인들에게 알려졌다. 김 고사가 이 교회 담임을 맡은 1997년 250명 가량이던 신자수는 조금씩 늘다가 최근 3년 급증해 지금은 1500여명을 넘어서, 상당수가 예배당 뒤에 서서 설교를 들을 정도가 됐다.

이날 이야기 손님들은 김 목사의 북콘서트에 아무런 대가 없이 출연을 자청했다. 다른 교회 같으면 새건물을 올려도 몇번은 올렸을 터임에도 청파감리교회는 지금껏 낡은 건물을 고집하며 교회 예산의 상당수를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고 있다. 청파감리교회는 점심시간에도 누구도 잔반을 남기지 않는 녹색환경실천교회로도 유명하다. 더구나 이렇게 성장한 교회 담임이면서도 정년이 되도록 자기 소유의 집 한칸이 없이 살아가며,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면서 언제나 소년 같은 미소를 잃지 않는 김 목사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한 것이다.

<말씀 등불 밝히고>는 김 목사가 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는 성경 66권 설교 가운데 각기 한 편씩을 뽑아 묶었다. 66편의 설교는 온유하면서도, 불의엔 타협하지 않은 그만의 강단이 숨어있다.

김응교 교수는 “용산철거민들의 아픔이 있는 장소에 겸손한 몸짓으로 가만히 배낭을 메고 서 있는 김 목사님의 모습을 보고 말씀과 일치되는 삶이라고 느꼈다”며 “소리 지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분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파동일 일어난 바로 그 주에 ‘돌상을 세워 절하라는 것을 거부하는 다니엘의 예화’를 들어 설교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고백했다. 오강남 교수는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라면서도 존경하는 목사들을 별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웠는데, 김 목사님과 같은 분들이 한국 교회에도 여러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며 “‘욕망의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며 살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명언 중의 명언인 설교를 들었을 때 전율 같은 것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lt;말씀 등불 밝히고&gt; 북콘서트장. 사진 왼쪽부터 장동석 출판평론가, 김기석 목사, 김민웅 전교수, 민영진 명예교수, 구미정 교수, 지강유철 전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감리교회에서 열린 <말씀 등불 밝히고> 북콘서트장. 사진 왼쪽부터 장동석 출판평론가, 김기석 목사, 김민웅 전교수, 민영진 명예교수, 구미정 교수, 지강유철 전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이날 사회를 본 논객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김 목사의 설교 내용에 대해 “그냥 나온 게 아니라 품성이 가진 고귀함과 낮은 자리, 고통의 자리에 서 있는 삶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목사는 “늘 생각하지만 좋은 목회자도, 좋은 설교자도 아니다”고 겸허해 하며 자신이 봤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들어 목사의 길에 대해 말했다.

“북극탐험대에서 탐험대장이 한 탐험대원을 심하게 꾸짖었다. 그 대원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보고 정확히 그날 가야 할 지점을 안내해야 하는데 잘못 봐 이틀 동안 잘못된 길로 갔기에, 한 대원의 불찰이 모든 대원의 죽음을 가져올 수 있어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걸 보며 모골이 송연했다. 목사도 하늘의 길을 물으면서 길을 인도해야 하는데, 엉뚱한 길로 인도한다면 얼마나 두려운가. 좋은 목회자는 못되어도 최소한 사람들을 잘못 인도한 목회자가 되어서는 안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김 목사가 불의에 눈을 감지 않으면서도 온유한 태도와 미소를 잃지 않는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김학철 교수는 “강단이 있고 결기가 있지만, 너무 센 하느님의 말씀을 쿠션으로 받아내 인간의 말로 전해준다”고 말했다. 구미정 숭실대 교수는 “동물성 목사들에게 질린 여성들을 온유하나 타협하지 않고, 강한데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고, 인공감미료 하나 없이 그분의 설교 식탁으로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인문적 완성도를 지닌 설교에 찬탄을 금치 못한다”면서 “그 안에 담긴 단호함이 사랑에서 나온 것임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토크 중간에 치유의 노래를 불러준 가수 홍순관 평화운동가는 “단호한 곡선, 부드러운 직선의 실체를 그의 설교에서 발견한다”며 “그건 다름 아닌 하나님의 성품이며 그에 가까이 다가서는 과정에서 우리의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북콘서트를 마치고 김기석 목사와 함께 한 이야기 손님들. 조현 종교전문기자
북콘서트를 마치고 김기석 목사와 함께 한 이야기 손님들. 조현 종교전문기자

이야기 손님들이 이처럼 느긋하고 온유한 성격을 칭송하자 김 목사는 “젊어서는 저도 성격이 몹시 급했는데 스스로 바꿨다”면서 “날카로운 말은 시원하긴 한데 사람을 베기 때문에 가급적 공격적인 언어를 쓰지 않고 부드러운 말로 뜨거움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푯대를 잃은 사회에서 김 목사의 설교가 표지가 되어준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5년 전부터 청파교회 교인이 되었다는 나희덕 시인은 김 목사의 설교를 온도계와 나침반으로 평했다. 나시인은 “찬물 더운물을 적당히 섞은 온도가 아니라, 불의함에 냉철함을, 사랑엔 뜨거움을 주는 온도계여서, 삶에서 또는 사회적 논란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릴 때 아직은 그의 설교를 통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얻는다”고 고백했다. 지강유철 전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은 “누군가 교회를 찾기를 원할 때, 누군가 상담을 받기를 원할 때, ‘세상 앞에 시달려 눈이 흐릿해졌을 때 소년 예수의 해맑은 얼굴을 기억할 것. 온통 나와 내 가족의 일에만 매달려 세상의 아픔에 무감해졌을 때 불의에 대한 예수의 분노를 기억할 것’등 김 목사님의 설교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기독교사상 주간인 한종호 꽃자리출판사 대표는 “그의 설교는 주장이 아니라 들음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며 “암울한 시대에 영혼의 순례를 이끄는 안내자”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다운 김 목사의 문학적 설교도 칭송을 받았다. 김 목사의 감신대 은사이기도 한 민영진 명예교수는 “김 목사의 설교를 통해 ‘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구나. 우리말로도 하나님의 뜻을 대변할 수 있구나. 우리 말 참 좋구나’라고 느낀다”고 고백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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