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 마음산책

지리산 가는길

등록 2020-10-20 13:41수정 2020-10-20 20:04

임채욱 작가가 찍은 도법 스님. 실상사에서 18일부터 전시된 임채욱 작가 사진전시회 <지리산 가는길>에 전시된 작품중 하나다.
임채욱 작가가 찍은 도법 스님. 실상사에서 18일부터 전시된 임채욱 작가 사진전시회 <지리산 가는길>에 전시된 작품중 하나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최대의 국립공원으로 3개도, 4개군, 1개시에 펼쳐져 있는 장엄한 지리산이 한 공간에 담겼다. 사진작가 임채욱 사진전 <지리산 가는 길>이다. 전시회는 18일부터 11월7일까지 통일신라시대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개창된 지리산 실상사에 고려시대 목조양식대로 지어진 선재집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11월8일~18일 경남 하동 악양작은미술관에서 이어 열릴 예정이다.

전시회와 함께 <지리산 가는길>이란 사진집도 발간됐다. 이 사진집에는 임채욱 작가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13년 동안 지리산을 다니면서 카메라에 담았던 수만점의 사진 가운데 77점이 엄선되어 실렸다.

선재집에 전시된 사진들은 웅혼한 지리산의 첩첩산들이 마치 동양화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세밀히 구겨서 입체감을 살린 한지에 인쇄한 사진의 독특한 특성때문이다.

사진집은 △지리산 종주길,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실상길, △지리산 예술길 등 4개의 테마로 이어진다.

임채욱 작가
임채욱 작가

18일 전시회엔 실상사 대중들 뿐 아니라 지리산 일대의 문인들과 남원 산내면 주민 등 100여명이 찾아와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실상사에서 처음 열리는 전시회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임채욱 작가는 이 자리에서 전시나 도록에 담지 못한 지리산을 영상으로 보여주는가하면 사진과 영상을 결합한 작품, 특히 소리에 반응하는 스마트 작품을 소개했다. 평면 액정에 담겨있는 지리산 사진 위로 관람자의 소리가 형형색색의 빛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관람자가 선택한 유튜브 영상이 지리산 사진에 겹쳐지면서 지리산 어머니가 세상을 껴안는 듯한 모습이 펼쳐지자 관람객들은 지리산과 더욱 일체가 된 듯 감격해했다.

임채욱 작가는 “지리산이 코로나로 인한 시대적 아픔을 과연 어떻게 품어줄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 사진 가운데는 30년 전부터 실상사에 머물며 ‘지리산 살리기’위해 애쓴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을 찍은 사진도 선보였다.

도법스님은 전시회에서 ‘신비한 작은 길’이란 자작시를 읊어 ‘지리산 가는 길'에 함께 했다. 도법 스님은 “장엄한 지리산은 기기묘묘한 아름다움도 품고, 저 악양 평사리의 들판 사진이 보여주는 평화로운 아름다움도 품고, 더 소소한 평범한 일상도 품고 있는 산인 것 같다"며 “예술임과 동시에 사회적 발언이기도 한 이 전시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상사 주지 승묵 스님은 “대중들과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어진 선재집의 개관식도 못했는데, 이런 멋진 문화행사로 문을 열게 되니 이 자체로 아주 귀한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상사 작은 길>

도법 스님

실상사 내 방

창문을 열고 마루에 서면

아담한 극락전 마당 한 켠에

기왓장으로 경계를 표시한

길이랄 것 없는 작은 길 하나 있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삶을, 죽음을, 성공을, 실패를 만난다.

나인 그대

후라이꽃을, 작은 출입문을

풀매는 스승을, 마루닦는 할매를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나인 그대

젊음을, 늙음을, 환한 희망을, 깜깜한 절망을 만난다.

나인 그대

홍척의 비석을, 작은 냇물을, 예쁜 텃밭을

푸르른 하늘을, 천왕봉의 흰구름을

그리고 온 실상사를, 온 세상을, 온 우주를 만난다.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고단함, 편안함과 함께 아침 먹으러 간다.

그대인 나

페미니즘 청년, 템플스테이 아줌마

시원한 바람, 뜨거운 햇빛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나는 매일 그 길에서

그대인 나

기쁜 소식, 슬픈 소식과 함게 아침법석에 간다.

그대인 나

넓은 절 마당, 푸르른 소나무

고요한 눈빛, 가벼운 발걸음

그리고 온 실상사, 온 세상, 온 우주와 함께

날마다 빛난다, 작은 길에서

그대인 나의 삶을 만나는 기적이

나인 그대의 삶을 만나는 신비함이

늘상 온 우주와 함께 하는 불가사의함이

참 넓고 큰 작은 길, 참 다양하고 풍요로운 삶이다.

그래, 무엇이 부족한가.

이만 하면 걸을만하지 않은가. 엣취! 허허허…

글 조현 종교전문기자, 사진 실상사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삶은 쓴머위를 싸먹으며 견뎌내는 것이다 1.

삶은 쓴머위를 싸먹으며 견뎌내는 것이다

눈빛이 그사람을 말해줍니다 2.

눈빛이 그사람을 말해줍니다

정신 나간 정신수련원의 맹신, ‘교주’만 있다 3.

정신 나간 정신수련원의 맹신, ‘교주’만 있다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의 차이 4.

어리석은 사람과 현명한 사람의 차이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5.

우리 곁에 왔던 유마거사 김성철 교수 열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