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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어기고 ‘칼 든 승려의 고뇌’ 다뤄

등록 2022-04-21 18:42수정 2022-04-22 02:33

불교잡지 ‘불광’ 승군 재조명
서산·사명대사 등 활약상부터
임진왜란 당시 불교탄압까지
영화 <명량>에서 왜군과의 전투에 참여한 승려들의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 <명량>에서 왜군과의 전투에 참여한 승려들의 모습. 씨제이이엔엠 제공

살아 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는 불살생계는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계율이다. 그런데 불교계 대표적인 월간지 <불광>이 ‘칼을 든 스님’을 4월호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임진왜란 때 3천여명이 지키는 부산 동래산성을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왜적 3만명이 에워쌌을 때 죽을 줄 알면서도 범어사와 국청사 승려 100명이 가담했다. 진주성에선 3만명의 조선인을 왜적 9만2천명이 둘러싸고 있을 때 의승장 신열 스님이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나자 왜적이 퇴각했다. 진주성전투는 한산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힌다. 이순신 장군은 왕에게 보낸 장계에서 승군에 대해 “부지런함과 힘든 모습은 군관들보다 곱절이나 더하며, 적을 무찌를 때는 공로가 뛰어났고, 나라를 위한 의로운 마음은 언제나 한결같았다”고 썼다. <불광>은 이번 기획에서 이런 승군의 피가 스민 현장을 사진과 함께 조명하고, 10명의 필자가 나서 당대 의승군의 모습을 재조명했다.

불교 월간지 &lt;불광&gt; 4월호 표지.
불교 월간지 <불광> 4월호 표지.

“우리 불교에서는 살상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적이 여래의 가르침을 잊고 우리 중생을 살상하고 있으니 그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무기를 들고 적과 싸워 조국을 구출합시다. 이는 곧 부처님의 뜻입니다.” 고승 서산대사의 이 격문에 전국의 승려 7천~8천여명이 들고일어나 목탁 대신 칼을 들고 왜적에 맞섰다.

박재광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 겸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전직 관료 내지 명망 있는 유생들이었던 의병 장수들이 관군과 대등한 입장에서 독자적 활동을 한 것과 달리 승려 신분의 의승군은 양민 이하로 취급돼 사회적으로 냉대를 받았으나, 전국 각지에서 봉기해 많은 성과를 올렸고, 명나라 원병이 오고 관군이 재정비된 뒤에는 전투 참여 외에 군량 수송과 성곽 축조 등 후방 지원까지 다양하게 활동했다”고 밝혔다.

당시 왜적의 총칼에 죽어가던 동포들을 보며 승려들은 중생에 대한 자비심과 불살생 계율 사이에서 고뇌했다. 전 불학연구소 소장 정운 스님은 임란에 대처한 방식에 따라 당대 고승들을 네 부류로 나눴다. 첫째, 서산휴정·기허영규·뇌묵처영·사명유정은 의승군을 이끌고 싸웠다. 둘째, 편양언기는 중도적인 입장이었다. 셋째, 경헌·청매인오·기암법견은 은둔했다. 넷째, 소요태능·정관일선·부휴선수는 수도에만 전념하며 승려의 본분을 지켰다. 정운 스님은 “어떤 선택을 했든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요, 이 선택의 공통점은 중생에 대한 대비심이 전제돼 있다”고 밝혔다.

승려들의 전쟁 참여는 국가에 대한 기여를 통해 불교 탄압 상황을 극복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정운 스님은 “사명대사가 ‘승려들에 대한 침해가 너무 심해 고통받고 있으니 국가적인 배려를 해달라’고 요구해 선조는 철석같이 약속했지만, 유생들의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며 “그러나 중생에게 꽂히는 칼날을 대신 받겠다는 영규대사의 그 연민심을 어찌 과소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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