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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자 최치원이 말년에 해인사에 간 까닭은

등록 2020-10-07 17:41수정 2020-10-08 06:22

[해인사 개창 1218돌 세미나 ‘해인사와 최치원’]
41살에 관직 떠나 방랑…해인사서 고승 전기 집필
친형인 현준 스님이 해인사에 머문 인연의 끈
“불교 저술도 호국 수단…불제자지만 유학자 의식”
“불우한 유학자 말로 아닌 도가적 구도자 은둔”
7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해인사와 최치원’ 학술 세미나. 사진 해인사 제공
7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린 ‘해인사와 최치원’ 학술 세미나. 사진 해인사 제공

통일신라 말기 유학자 고운 최치원(857년~미상)과 해인사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7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렸다. 해인사(주지·현응 스님)가 개창된 지 1218돌을 맞아 연 이번 세미나에서는 다섯 가지 주제별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는데, ‘신라말 대표적 유학자 최치원이 왜 불교 사찰인 해인사에 들어와 말년을 보냈나’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신라가 패망으로 접어들고 고려가 흥기하던 시대를 산 최치원은 12살에 당나라에 유학을 가 29살에 돌아와 관직에 머물다 41살인 898년부터 방랑길에 올랐다. 그는 이후 가야산 해인사에 들어가 908년까지 10년간 다양한 책을 썼고, 가야산에서 신선이 돼 올라갔다는 설화를 남겼다. 그는 해인사에서 <부석존자전>, <법장화상전>, <석순옹전>, <석이정전> 등 화엄학 고승들의 전기를 집필했다.

최영성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 교수는 ‘해인사의 기록자 최치원’이란 발제에서 최치원이 해인사에서 말년을 보낸 이유를 ‘친형인 현준 스님이 해인사에 머물고 있었던 인연의 끈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최 교수는 “최치원이 상소문 사건으로 면직된 뒤 전국을 방랑하다가 최후에는 가족을 이끌고 해인사로 들어가 이후 세상에 나온 적이 없다”며 “최치원은 불교 관련 저술을 구국과 호국의 수단으로 인식했다. 겉으로는 불제자였지만 속으로는 유학자의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고 평했다.

고운 최치원 진영
고운 최치원 진영

김성환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최치원의 가야산 은둔을 불우한 유학자의 말로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세속을 떠난 도교의 적극적 은둔 성격으로 보았다. 김 교수는 “최치원의 가야산 은둔은 한국 정신사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으로, 후세의 지식인·종교인·문학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며 “당나라에 있을 때부터 도교에 대한 이론과 실천의 식견을 쌓았던 최치원이 ‘비록 국록을 먹고 있지만 신선이 되어 노닐 생각만 하고 있다’는 글을 쓴 것으로 볼 때 한층 높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도가적 구도자의 은둔이었다”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당시 사상계는 유학자가 불교·도교를 겸하고, 불가의 승려가 유교·도교를 겸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원효와 설총이 부자지간이지만 불자와 유학자의 대표적 인물이었듯 한 집안에서 불교 화엄학의 거장 현준 스님과 유교의 거장 최치원이 동시에 배출된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며 “부친이 현준은 구법을, 최치원은 유학을 배워 과거에 급제시킬 목적으로 당나라에 유학을 보냈는데, 유학 시절 형 현준이 어린 동생 최치원의 뒷바라지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치원과 현준이 불교와 도교 등의 종교를 통해 수준 높은 교감을 한 정신적 배경이 가야산과 해인사라는 것이다.

최유진 경남대 명예교수는 “최치원이 봉암사 지증대사비명에서 유교보다 불교를 높게 평가했지만, 그는 삼교회통적이고, 불교 내 종파 간 다툼에도 객관적 태도를 유지했다”며 “유학자이면서도 자유롭게 불교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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